교보생명이 박소정 서울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이 박소정 서울대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사진=교보생명

교보생명이 민병철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어피니티) 총괄대표 후임으로 박소정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어피니티와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자 인슈어테크 (보험·기술 결합) 전문가를 사외이사진에 배치, 본격적인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단독] 풋옵션 분쟁 해소? 교보생명, 어피니티 민병철 후임으로 박소정 사외이사 선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1일 오전 9시30분 교보생명은 광화문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박소정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박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보험 및 위험 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교수 전문 분야는 ▲보험 경제학 ▲ 보험과 문화의 교차점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 자동차 보험의 보너스-말루스 시스템 ▲ 금융 소비자 행동, 인슈어테크 및 핀테크 전략 등이다.

박 교수는 학업 활동 외에도 금융위원회,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기관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박 교수가 교보생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2024년이다.


지난해 8월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는 박 교수 연구논문인 '건강보험 보유를 통한 개인자산포트폴리오 강화'를 보험학 연구지원 과제로 선정했다.

대산신용호기념사업회는 교보생명 창립자인 대산 신용호 명예회장의 삶·철학을 계승하기 위해 2005년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2009년부터 국내 보험 연구자에게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보험학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보험학연구지원사업을 시작했다.

기념사업회는 약 16년 동안 논문과 저서 66여편 등 보험산업에 필요한 시의성 있는 연구를 선정해 총 7억4500여만원을 지원했다.

교보생명이 민병철 대표 후임으로 박 교수를 사외이사에 선임한 것은 어피니티와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 했다는 상징적 의미도 내포돼 있다.

앞서 교보생명은 지난 17일 민 대표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 퇴임한다고 공시했다. 민 대표의 임기만료일은 내년 3월18일이었다.

2012년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의 풋옵션 분쟁이 본격화 한 이후 교보생명 사외이사진 중 1명은 어피니티측 인사가 차지하고 있었다.

현행 상법상 상장·비상장사 지분 4% 이상을 취득하면 사외이사 1명을 파견할 수 있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 2012년 9월 FI(재무적투자자)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어피니티·GIC·IMM PE·EQT)은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는 '2018년까지 IPO(기업공개) 불발 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IPO가 불발되자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2018년 10월 23일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신 회장측이 풋옵션 행사가격이 과도하다며 맞서면서 분쟁이 장기화됐다.

두 차례에 걸친 중재판정을 끝으로 2024년 12월 ICC 측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 가격 의무를 부여했다.

이후 약 3개월 만인 2025년3월7일 어피니티·GIC 측이 신 회장과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신 회장은 풋옵션 분쟁 해결을 통해 교보생명 지분(우호 지분 포함)을 최대 55.24%까지 확보하게 됐다. 신 회장(33.78%)과 가족 몫(2.58%)에 더해 분쟁 해결로 확보하게 된 어피니티와 GIC, 어펄마캐피탈 지분을 합친 수치다.

박 교수가 사외이사진에 합류하면서 교보생명 여성 사외에사는 문효은 ATC 파트너스 대표 1명에서 총 2명으로 늘어났다.

2022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에 따라 총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은 이사회를 남성 또는 여성 등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교보생명 총 자산은 137조6727억3671만원이다.

특히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세로 자리잡은 가운데 사외이사 성별·연령 다양성을 확보한 기업일수록 ESG 성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여성 사외이사를 늘리는 분위기다. 이는 사내 의사 최고결정 기구인 사외이사의 다양성 확보를 통해 비재무적 성과인 ESG 성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1일 주총을 열고 박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