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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사내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사외이사에 인슈어테크(보험·기술을 결합한 첨단 서비스 분야) 전문가를 보강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한데 이어 올해 인슈어테크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다. 교보생명 디지털 사업은 신창재 회장 장남인 신중하 상무도 관여하고 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포석을 본격적으로 깔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21일 오전 9시30분 교보생명은 광화문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박소정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달 18일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한국 총괄대표가 일신상 사유로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그 후임에 교보생명은 박 교수를 영입한 것이다.
박 교수는 인슈어테크 전문가로 불린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보험 및 위험 관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서울대학교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 교수 전문 분야는 ▲보험 경제학 ▲ 보험과 문화의 교차점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 ▲ 자동차 보험의 보너스-말루스 시스템 ▲ 금융 소비자 행동, 인슈어테크 및 핀테크 전략 등이다.
박 교수가 합류하기 전 교보생명에서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였던 문효은 ATC 파트너스 대표는 여성 디지털 전문가로 불린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년 동안 포탈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역임한 문 대표는 한국 인터넷산업 1세대로 꼽히는 인물이다.
또 다른 사외이사인 김두철 전 보험학회장은 현재 상명대 융합기술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상명대 융합기술대학은 기술혁신을 필두로 이종 산업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주로 연구한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 이두봉 이두봉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범하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 등 사외이사 5명 중 3명(60%)이 기술과 관련한 디지털 전문가로 구성됐다.
보험업계에서 교보생명의 디지털 전환은 신중하 상무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잣대로 알려져 있다.
2023년 8월 신창재 회장은 '창립 65주년 기념식'에서 경영전략 키워드로 제시했다. 당시 신 회장은 "보험사업 전반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도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 사활을 걸자"고 강조했다. 미래핵심 과제로 '디지털화'를 내세운 것이다.
실제 신 상무 경우 교보그룹 내 대부분 경력이 디지털과 연관돼 있다.
교보생명에 입사하기 전 신 상무는 교보그룹 계열사 및 교보생명 본사를 오고가며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왔다. 신 상무는 교보정보통신(현 교보DTS)에서 디지털혁신 신사업 팀장을 거친 뒤 교보생명에서 직전까지 그룹데이터전략TF를 담당해왔다.
교보DTS 재직 당시에는 데이터분석 전문 자회사 디플래닉스(Dplanex) 설립을 주도해 3년간 그룹 데이터 통합 체계 구축 및 그룹 디지털 전략을 수립했다. 현재 신 상무는 AI활용·VOC데이터담당 외 그룹경영전략담당도 맡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진을 새로 갖추는 것은 대내외 이슈 속 출구 전략을 짜고 미래 먹거리를 짜기 위한 수순"이라며 "지분 정리와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