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가 단단할 것 같은데 현장을 보니 누룽지 껍데기처럼 너무 약해 보여서 불안해요."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거대한 싱크홀을 목격한 주민은 우려섞인 목소리로 현장을 바라봤다. 60대 남성 A씨(서울 강동구)는 25일 오전 대명초등학교 사거리 인근서 발생한 싱크홀을 바라보며 "평소에 이 근처를 자주 다니는데 걱정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상수도 누수로 이렇게 큰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실제로 돌아본 싱크홀 발생 현장은 처참했다. 가로 18m, 세로 20m, 깊이 30m 규모로 6차선 도로 중 무려 4개의 차선을 집어삼켰다. 싱크홀 내부에는 전신주와 가로수가 박혀있었고 상수도관이 앙상한 모습으로 빈 공간을 위태롭게 가로질렀다.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났지만 싱크홀 가장자리는 흙이 무너져내리며 크기가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현장을 찾은 40대 여성 B씨(서울 강동구)는 "과거에도 강동구에서 싱크홀이 있었다"며 "그 당시에도 이 동네에서 땅꺼짐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사고가 났다"고 공포감을 나타냈다.
|
사고 발생 하루가 지난 25일 경찰은 사거리 차량을 모두 통제했다. 여파로 인근 도로의 차량 정체가 심해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한 여성은 "경찰에게 길을 건너갈 수 있냐고 물어보고 나서야 간신히 지나갔다"며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도로가 꽉 막혀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서는 복구 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싱크홀 바로 앞에 위치한 꽃집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사고 발생 당시 가게 안에 있었는데 큰 소리가 들렸다"며 "그 충격으로 현재는 너무 놀라서 손이 떨리고 숨이 가빠 말하기가 어렵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싱크홀 사고로 생업에 차질이 생긴 그는는 "구청장이 와서 대책 마련해주겠다고 말했다"며 "장사를 못하는 것보다 싱크홀에 빠져 사망하신 분께 애도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상인들은 싱크홀 발생 전 징후가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 인근 골목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C씨는 "주유소 사장님이 작은 구멍이 생겨서 구청에 신고했고 복구한 지 몇 시간 만에 싱크 홀이 발생했다고 들었다"며 "주변 상인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사고 발생하기 4시간 전인 오후 2시쯤 친언니가 사고 발생지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었는데 차 안에서 땅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싱크홀 사고는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운영하는 'JIS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년간(2018~2025년2월) 국내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총 1398건이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수관 손상으로 인한 싱크홀이 634건(45%)으로 가장 많다. 상하수관이 노후화되면서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변의 흙이 유실되며 공동이 형성된다. 이 공동이 지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 싱크홀이 발생하게 된다. 차량이 많은 도로에서 싱크홀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