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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과 기업의 미래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력에 있다."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생전 굽히지 않았던 '기술 중시 경영'의 신념이다. '기술로 나라를 세운다'는 '산업보국' 정신을 강조했던 부친 고 조홍제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받아 '기술을 통한 기업보국'의 정신을 효성의 최우선 가치로 정립한 것이다.
효성그룹이 29일 조 명예회장의 별세 1주기를 맞이한다. 조 명예회장은 화공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일생을 기술 경영에 매진하며 효성의 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당초 대학교수가 돼 학자의 길을 걸으려던 조 명예회장은 1966년 부친의 부름을 받고 효성물산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인의 길을 걷게됐다.
그해 동양나이론 울산공장 건설을 주도했고 1973년 동양폴리에스터, 1975년 효성중공업 설립을 주도했다.
일찌감치 기술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1971년에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설립을 주도했다. 신소재·신합섬·석유화학·중전기 등 산업 각 방면에서 신기술 개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향후 효성그룹이 독자기술 기반으로 글로벌 소재 시장에서 리딩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이 됐다.
1990년에는 미국, 독일, 일본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기술 독자 개발을 위해 사내 반대에도 연구·개발(R&D)과 투자에 매진했다. 3년간 이어진 연구 끝에 효성은 1992년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의 스판덱스는 오늘날 HS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와 함께 세계 선두를 달리는 명실상부한 '1등 제품'으로 꼽힌다. 효성은 지난 15년 동안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으로 압도적인 입지를 수성하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리더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태평양경제협의회, 한미재계회의,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한중재계회의 등 30년 이상 다양한 국제경제교류단체를 이끌며 글로벌 경제외교의 시금석을 마련했다.
특히 2000년부터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했고, 체결 이후에도 미국 의회를 방문해 인준을 설득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했다.
2007∼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맡아 재계를 대변해 규제 개혁 등을 정부에 건의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에도 앞장섰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982년 체육훈장, 1987년 금탑산업훈장, 1994년 한국경영자대상, 2000년 미국 일리노이공대(IIT) 국제지도자상 등을 받았다. 2022년에는 민간외교관으로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한미FTA발효 10주년 공로패, 서울국제포럼 선정 영산외교인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 명예회장의 업적에 대해 "기술 중시 경영의 선구자로서 우리나라 섬유, 화학, 중공업 등 기간산업의 발전에 초석을 놓았고 미국, 일본과의 민간외교에도 적극 앞장서며 한국경제의 지평을 넓히는 데 이바지했다"고 평한 바 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29일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효성은 1주기인 이날 회사 경영진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조용한 추모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