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는 모습./사진=이다빈
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하는 모습./사진=이다빈

올 1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대비 0.08명이 증가한 0.88명을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 반등에 성공해 저출산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지 인구 소멸 속도만 늦춰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가중되는 사교육비 부담'이라고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저출산 대응을 위한 사교육비 부담경감 방안을 위한 제9차 인구전략 공동포럼을 개최했다.


첫 발제자로 참여한 남궁지영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학령인구는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는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영유아 대상 학원 점검을 강화하고 수요가 높은 영어 과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6세 미만 영유아 사교육 참여율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47.6%에 달한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유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33.2만원이다.

남궁 연구원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사교육 급증을 지적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아동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비용이 많이 들수록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게 문제"라며 "공교육에서 양질의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초3부터 공교육에 영어 교과가 편성됐지만 영어 학원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초1부터 영어를 정규교과로 편성해도 영유아 영어 사교육은 줄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이다빈
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인구전략 공동포럼에서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이다빈

김영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용시장에서 출신 대학을 보지 않으면 된다"며 "모든 사기업이 블라인드 채용하면 최소한 N수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부모 월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심화되는 현실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이 88%에 이른다. 반면 월 소득 300만원 미만은 58%에 그쳤다"며 "학생 1인당 지출 비용으로 따졌을 경우 3배 이상 차이 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대학서열과 관련한 연봉 통계를 공개하며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단순히 체면 문제가 아니라 대학에 따른 기대 수입 차이가 극단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용 노동보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니 대학 서열에 따라 상위권 평균 연봉은 8천만원~9천만원이었다. 하지만 하위 대학에서는 4천만원~5천만원으로 나타났다"며 "단순 계산해서 연봉 차이는 대략 4천만원이다. 취직 후 30년을 일했을 때 입금 격차는 12억원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옥 인천 인일여자고등학교 운영위원은 "학교 현장에서 보면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로 학생들을 챙기지 못해 공교육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재 고등학생 두 아이에게 매달 200만원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고3 자녀 입시 컨설팅 비용은 1시간에 50만원에 육박해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 전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9년 만에 어렵게 만들어진 출생률 반등을 확실한 추세로 만들려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며 "사교육 과잉에 따른 경제적 부담보다 더 큰 문제는 어려서부터 과잉 경쟁에 노출된 아이들의 신체, 정신, 인지 등이 고른 성장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 정부는 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국가 존망이 걸려 있다는 각오로 관계부처와 함께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