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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에 탑승한 손님이 돌연 강도로 변해 기사를 트렁크에 가두고 돈을 빼앗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어딘가 어설픈 범행 당시 상황이 전해졌다.
지난 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30일 밤 9시쯤 충북 청주에서 발생했다. 이날 택시 기사로 일하는 60대 남성 A씨는 청주 한 번화가에서 남성 손님 B씨를 태웠다. B씨는 시내가 아닌 인근 마을 쪽으로 가달라고 했고 목적지는 인적이 드문 곳에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B씨는 돈을 찾는 듯 가방을 뒤적거렸고 A씨는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B씨가 가방에서 꺼내든 건 돈이 아닌 흉기였다.
돌연 강도로 변한 B씨는 A씨 목에 흉기를 들이밀었고 로프로 A씨 두 손을 결박한 후 자신이 운전대를 잡고 더 외진 곳으로 이동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휴대전화로 은행 앱을 켜게 한 후 잔고를 확인했다. 잔고 109만원을 확인한 B씨는 "왜 돈이 이것밖에 없냐" "다른 통장은 없냐" "신용카드는 안 쓰냐" 등 질문을 하고 A씨가 가진 현금과 체크카드를 빼앗았다. B씨는 A씨를 트렁크에 태운 후 준비해 온 청테이프로 발까지 묶어서 감금했다.
그 상태로 가까운 은행에 간 B씨는 빼앗은 체크카드로 하루 최대 인출액인 현금 70만원을 인출했고 다시 차를 몰아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B씨는 트렁크 문을 열고 "순순히 말 들으면 서로 다칠 일 없다"며 "아침에 아들한테 문자 해서 아빠를 찾으러 오게끔 해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아들이 잘 때 메시지를 확인 안 한다"며 "내가 아는 다른 택시 형님한테라도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A씨 휴대전화와 블랙박스를 챙겨 달아났고 A씨는 어설프게 묶여있던 양손을 직접 풀어 트렁크 문을 열고 탈출했다. 충격적인 것은 B씨가 실제로 오전 2시쯤 A씨 지인에게 "모 식당 옆 공사 현장에 이 휴대전화의 주인이 있으니 트렁크에서 무사히 좀 꺼내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놓은 것이었다.
트렁크에서 탈출한 A씨는 곧장 경찰서로 향했고 경찰은 CCTV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다. B씨는 사건 17시간 만에 자택에서 체포됐다. A씨는 "내가 강도에게 돈 100만원에 당신 인생 걸지 말라며 일 크게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강도가 '조용히 해라. 가만히 있어라' 이런 말이 아니라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도 지금 사는 게 힘들어서 이런다'고 하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현재 경찰은 B씨를 강도 혐의로 수사 중이며 납치와 협박 등의 혐의를 추가 적용할지 여부를 고려 중이다.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