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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때 술을 몰래 버렸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결국 퇴사했다는 여성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는 '회식에서 술 버렸다고 욕먹고 퇴사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0대 후반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중소기업에서 경리로 근무했다. A씨는 입사 후 여직원들이 차례로 퇴사하면서 회사 내 유일한 여직원이 됐다.
A씨는 "보통 여직원이 한 명이면 여직원은 빼고 남직원끼리 회식하지 않나. 저도 같이 가야 한다고 하더라. 두 번의 회식을 집안일 핑계로 빠진 후 세 번째는 도저히 뺄 분위기가 아니라 마지못해 갔는데 계속 개인적인 질문을 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술자리에서 꼭 지키는 게 있는데 화장실 가거나 자리 비울 땐 반드시 술잔을 비우고 간다는 거다. 거의 10년 동안 지켜온 버릇이다. 취할 때까지 마시지도 않아서 헷갈릴 수도 없다"면서 "중간에 화장실을 한 번 다녀왔는데 제 잔에 술이 채워져 있길래 눈치 보고 몰래 버렸다.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또 채워져 있길래 버렸는데 이번엔 상사에게 들켰다. 안 좋은 표정이었지만 저도 짜증 나서 해명 안 하고 술도 더 안 마셨다. 분위기가 싸해지긴 했다"고 회상했다.
회식하고 며칠 후 한 남직원은 A씨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왜 술을 몰래 버리냐"며 직원들이 엄청나게 욕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는 "저는 자리 비울 때 꼭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게 습관이라 버린 것 뿐이다. 나쁜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부장은 "술 따라 놓은 게 그렇게 기분 나빴냐. 신입 주제에 아주 상전이다. 보는 앞에서 두 손으로 술을 따라야 하냐"고 따졌다. 이에 A씨는 "이게 그렇게 화낼 일이냐"라고 되물었고 상사는 "당연히 기분 나쁜 일이다. 개념 챙겨라"라고 말했다.
결국 A씨는 "다 30대 후반, 50대 초반으로 삼촌, 아빠뻘이고 저 혼자 유일한 여자라 그 사이에서 술 먹는 것도 불편한데 이렇게 욕까지 먹으니 저는 더 못 다니겠다"고 말하고 짐을 싸서 바로 나왔다고 전했다.
A씨는 "제가 없는 사이에 술을 마시면 개념 있는 거고 버리면 개념 없고 버릇없는 거냐. 제가 예의를 못 배운 거냐. 오히려 술잔 주인이 자리를 비웠는데 마음대로 술 채우는 게 더 못 배운 태도 같다"면서 "술잔 주인도 없는데 손을 댄다는 자체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또 전 당당하게 버린 게 아니라 눈치 보며 몰래 버린 거다. 아빠한테 말했더니 잘 나왔다고, 그 사람들이 이상한 거라고 하셨다"라고 고백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잘했다. 내가 안 보는 사이에 술에 뭘 탔을지 누가 아냐" "왜 20대 여직원 데려가서 술 먹이냐" "습관이라는데, 앞으로 술 안 따라 놓으면 되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술 버리는 거 잘못이긴 하다. 말하고 버리면 되지, 왜 몰래 버리냐" 등의 의견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