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해외 법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올해 실적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캡처
현대캐피탈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략에 발맞춰 해외 법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부과로 올해 실적 전망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현대캐피탈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그룹이 4년간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금융 계열사 행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도 해외 법인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미 관세 정책 등 대외 변수로 올해 실적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기아의 전속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2021년 현대차그룹의 직할 경영 체제로 전환되면서 캡티브(계열사 간 내부거래) 자산 비중은 ▲2021년 77.6 ▲2022년 78.3 ▲2023년 82.1로 해마다 늘었다. 지난해에는 전체 자산의 82.5%를 차지했다.


현대캐피탈은 국내 캐피탈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 중국, 독일, 캐나다, 브라질 등 13개국에 진출해 18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현대캐피탈의 신규 법인들도 빠르게 안착했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글로벌 누적 자산은 16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지난해 해외 법인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현대캐피탈 영국(HCUK)'이다. 영업 수익 5315억원, 당기순이익 91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8%, 0.4% 늘었다. 지난해 영국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9만1808대, 기아는 4.2% 증가한 11만2252대를 판매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6월 정형진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전문가인 정 사장은 골드만삭스 재직 시절 현대차의 주요 인수합병(M&A)을 주관하며 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취임 당시 현대차그룹의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정 사장은 가장 먼저 호주 법인의 금융법인 전환 작업을 마무리했다. 호주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주요 시장 중 하나로 현대캐피탈도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인도네시아 정식 영업에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의 동남아 생산 및 판매 거점이 있어 그룹 차원의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호주에서 금융 상품을 팔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해 작년에 제네시스와 현대차를 오픈했고 올해는 기아 파이낸싱을 론칭해 기아 차량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전년 대비 21% 증가한 영업수익 5조8858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거뒀지만 올해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판매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캐피탈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미국 내 가격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글로벌 투자회사 JP모건은 자동차 업체들이 관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평균 판매 가격이 11%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차량 1대당 최대 5300달러(약 782만원)가 인상되고 월 신차 할부금도 6~9% 증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지 가격 인상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북미 판매 대수가 지난해 대비 6.3% 감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글로벌 영업수익 대부분을 캡티브 마켓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를 제외한 영업 수익의 56%가 미국 법인에서 발생하는 만큼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가격 인상은 캐피탈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국 관세 영향으로 올해 전망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