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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대선 국면이 시작되며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논의가 꿈틀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세종특별자치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무현 정부의 국정 과제였으나 헌법재판소가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의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실효됐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을 이재명 대표의 지시로 재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강준현·복기왕 의원 등은 관련 내용을 담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을 이달 중순 발의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월 비공개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국회세종의사당 건립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법안 준비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세종의 행정수도화를 법률로 명문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행정수도 이전은 민주당의 주요 공약이 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다른 대권 주자들도 대통령 집무실의 세종 이전 필요성을 언급해 더욱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행정 이전 필요성 공감… 실수요 유입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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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장기간 침체기였던 세종시 아파트 거래시장도 활기를 띠고 있다.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값은 지난주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최근 한 달간 변동률 추이를 보면 ▲3월 10일(-0.07%) ▲3월 17일(-0.06%) ▲3월 24일(-0.04%) ▲3월 31일(0.00%) 등으로 하락폭이 점차 줄다가 보합으로 바뀌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 2월 372건에서 3월 684건으로 늘었다. 최근 정부청사 인근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다만 실제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추진하는 데는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은 2003년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곧장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헌재는 2004년 10월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근거로 해당 법안을 위헌 판단했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이 발생할 경우 헌법 개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년 전과 다르게 서울 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화됐고 지방 경기 침체가 국가 경제의 위험 요소로 지목되는 만큼 수도가 서울이어야 한다는 경직된 판단은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반응이지만 실수요 인구 유입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서울에 산업·경제·행정 등 모든 인프라가 쏠려 있는 상황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를 이전하고 인구 분산을 발생시켜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 수도권 밀집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실수요 유입 미미 등 현실의 한계가 있다. 세종시의 인구계획은 당초 2030년 50만명으로 설정됐지만 현재 인구는 39만여명으로 인구 감소가 이뤄지고 있다.
송 대표는 "부동산 관점으로 보면 세종시는 공무원 등 행정기관 소속 근무자를 제외하고 움직이지 않는 지역"이라며 "업종의 다양성에 제한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방 주택 보유를 유인하려면 다주택자나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 이전은 필요성을 차치해도 복잡다단한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 교수는 "수도권과 충청의 이익이 다르고 장기적으로 보면 통일 이후를 고려해 서울의 입지 장점도 고려해야 해 쉬운 판단은 아니다"라며 "이전 비용 역시 국민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제언했다.
행정수도를 이전해도 서울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방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과 지방간 교통환경이 개선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근무는 세종에서, 거주는 서울에서 하는 형태로 서울 밀집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지방 기업의 일자리를 늘리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을 통해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