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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올 1분기 5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탄탄한 이자 이익이 늘어난데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의 악재가 사라진 덕이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기업 연체율이 증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4조831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조2549억원) 대비 13.54% 증가, 1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금융지주별로 KB금융은 1분기 1조59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1조491억원) 대비 51.87% 늘어난 수준이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부담이 해소되면서 순이익 증가 폭이 크게 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KB금융은 1분기 홍콩 H지수 ELS 배상금을 9000억원 반영하면서 순이익이 30%가량 감소한 바 있다.
신한지주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4389억원으로 관측된다. 전년 동기(1조3215억원) 대비 8.88% 증가한 수준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올 1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29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40억원) 대비 소폭(-0.40%) 감소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는 7446억원으로 같은 기간 9.6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의 늘어난 배경은 이자이익 증가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은 2월 중순 이후 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했으나 가계부채 관리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가 내려가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월말 기준 예대금리차는 1.30~1.47%포인트로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 연속 확대됐다.
올해 금융권 실적 전망에서 변수는 1480원대로 올라선 환율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됐으나 관세전쟁 우려 등에 따라 한동안 강달러 현상이 지속돼 금융지주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CET1(보통주자본비율)이 하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금융사가 보유한 외화 대출 등의 원화 환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해 CET1이 하락하는 구조다.
고환율은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지주사가 CET1을 기반으로 밸류업 계획을 이행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국내 금융지주의 평균 CET1 비율은 13.07%로, 전분기 말 대비 0.2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3%, 하나금융 13.22%, 신한금융 13.06%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금융 12.13%, 농협금융 12.44% 등으로 13%를 밑돌았다. 금융권에서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5대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0.01~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향후 증시는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완만한 기준금리 인하가 반복되면서 일정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주환원 개선은 RWA 증가율을 목표 수준 이내로 통제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