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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발 글로벌 무역 전쟁 우려에 외환시장이 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선에 다가섰고 엔화는 1020원을 돌파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와 엔화 값이 속구치며 원화 값이 곤두박질치는 모습이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에 출발했다. 이어 4분 만에 1487.3원까지 기록했고 오후 1시30분 1484.6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최고가인 1486.7원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492.0원)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엔 재정환율도 100엔당 1020원을 장중 넘겼다. 지난 2022년 3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시장은 미국이 중국 관세를 104%로 올려 부과하기로 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중국 대상 50% 추가 관세가 9일 0시1분에 발효된다고 재확인했다. 레빗 대변인은 "보복 조치는 중국의 실수"라며 "미국은 맞으면 더 세게 맞받아친다"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 관세위원회는 상호 관세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10일부터 미국산 제품에 34%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고, 반도체 소재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인 7개 희소 광물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관세 관련 논의를 시작했지만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 아름답고 효율적인 과정"이라며 무역과 산업, 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협상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 증액 요구를 시사하는 동시에 무역 및 관세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안보 등 현안과 포괄적으로 협상하길 원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후폭풍 혹은 부메랑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이 조기에 안정을 찾기 쉽지 않다"며 "원/달 환율이 추가 상승압력에 노출되면서 1500원 가시권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격화되면 원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