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글로벌 증시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키움증권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글로벌 증시과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키움증권

"올해 1분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주도주가 아니라 주도국이 바뀐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일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작년까지는 미국 시장이 전면에 나섰지만, 올해 들어서는 중국과 유럽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실제 올해 1분기 글로벌 증시는 기존과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작년 한 해를 이끌었던 미국의 대형 기술주 M7(매그니피센트 세븐)이 고점 대비 큰 폭의 조정을 받았고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중국·유럽 시장에 투자자 관심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센터장은 이를 단순한 '주도주 교체'가 아닌 '주도국의 전환'으로 해석했다. 그는 "미국 증시는 작년 말까지 과도한 기대감 속에서 상승해왔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누적된 만큼 조정은 불가피했다"며 "특히 M7 중심으로 수익률 악화를 체감한 투자자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 대한 장기 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 질서를 이끌어온 구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라는 변수가 있었고 경제 지표도 다소 흔들리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크게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관세 정책의 향방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4~5월 국가별 협상이 본격화되면 정책 방향도 보다 명확해질 것이란 판단이다. 그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다시 펀더멘털 중심의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미국 경기는 침체보다는 '완만한 후퇴'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금리 정책도 변수다. 그는 "6월이나 7월로 예상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가시화된다면 2분기 후반부터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빅테크 전망에 대해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딥시크 출연 이후 경쟁 심화로 인해 엔비디아처럼 AI 대표주들의 독주 흐름엔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을 유지했다. 이 센터장은 "1분기엔 딥시크 이슈를 계기로 알리바바 등 테크 기업들이 반등했지만, 실물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중국 경기의 핵심은 부동산인데, 아직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났다고 보기 어렵고 향후 발표될 지표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대외 관계보다는 내부 여론 관리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센터장은 "코로나 이후 청년 실업, 성장 둔화 등으로 불만이 커진 상황인 만큼, 정부는 잘하고 있는 산업에 정책 지원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기대보다 현실…이제는 펀더멘털 중심의 투자"

이종형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4월 말~5월 초 이후에는 점차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사진=키움증권
이종형 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4월 말~5월 초 이후에는 점차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사진=키움증권

자산배분 전략 측면에서는 주식 선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레거시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있고 수출 회복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며 "채권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유리할 수 있지만, 관세로 인한 물가 재상승 가능성도 있어 지금 시점에선 주식이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4월이 가장 큰 고비"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정책, 국내 정치권의 탄핵 정국, 공매도 재개 등 여러 이벤트가 몰려 있어 변동성이 큰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는 4월 말~5월 초 이후에는 점차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인 업종별 변동성 요인은 될 수 있어도 시장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실적은 약한데 밸류에이션은 높은 업종, 예컨대 2차전지 섹터는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면 레거시 반도체처럼 업황이 돌아서는 업종은 외국인 자금 유입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센터장은 "작년엔 테마와 기대감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중심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기대'보다는 '현실'에 집중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