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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절차를 밟는 홈플러스가 연 10%대 고금리 대출을 받으면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지적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사모펀드 운용사 큐리어스파트너스에서 600억원 규모 대출을 받는다. 연 10% 금리에 상환 만기는 3년이다. 빌린 자금은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정산대금을 지원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개인 자격으로 해당 대출의 지급보증을 맡는다. 홈플러스가 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김 회장이 대신 변제하는 구조다.
MBK의 차입매수(LBO)로 부담이 가중된 홈플러스가 다시 금융권에 대출받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4조3000억원을 차입금으로(홈플러스 명의 포함) 조달했다고 전해진다. 전체 거래금액 7조2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번 유동성 조달이 DIP 대출(Debtor-In-Possession Financing) 형태인 것도 우려된다. DIP 대출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무보증 채권 가운데 최우선으로 변제되는 채권이다.
채권단이 MBK의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반대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DIP 대출로 기존 채권자들의 변제순위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이미 1조2000억원 규모 선순위 대출을 집행했고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도 1106억원이 묶인 상태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자단기사채 피해자 비상대책위도 DIP 대출을 강력히 비판했다. 비대위는 이날 김병주 회장, 홈플러스 공동대표를 겸하고 있는 김광일 부회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DIP 파이낸싱 채권은 공익채권으로 분류돼 다른 채권보다 변제 순위가 앞서는 방식"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김병주 회장 원금이 손실보지 않도록 빌려준 돈일 뿐"이라고 밝혔다.
김병주 회장이 사재출연 규모를 확대해 한다는 시각이 많다. 앞서 MBK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결정 이후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지난달 16일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카드 물품 대금 기초자산 유동화전단채(ABSTB)의 잔액 4618억원 전액 변제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대출 지급보증을 포함한 김병주 회장의 지원은 600억원에 그친다. 시장에선 MBK와 김 회장이 약 1조5000억원~2조원 규모의 사재를 투입해야 이해 관계자의 손실을 보상하고 홈플러스 경영도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
정치권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홈플러스 사태 긴급토론회'를 주최한 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김 회장이 홈플러스에 1조원을 투자하고 2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며 "국민의힘뿐 아니라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 검찰, 국세청이 모두 나서서 100% 피해 보상을 관철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