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자동차 상호관세 정책 기조에 현대자동차그룹 북미 사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간 HCA의 영업수익은 총 48조6674억원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자동차 상호관세 정책 기조에 현대자동차그룹 북미 사업에 자금줄 역할을 하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년 간 HCA의 영업수익은 총 48조6674억원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이 현대자동차그룹 북미 사업 확대 기반인 현대캐피탈아메리카(HCA)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자동차 판매 부진에 금융 비용 증가까지 맞물릴 경우 HCA의 수익성 악화와 함께 그룹 전체 현금흐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HCA의 총 영업수익은 약 132억8000만달러(한화 약 19조2162억원, 환율 1447원 기준)로 집계됐다. 자동차 할부금융(19.9%) 26억4000만달러(한화 3조8201억원) ▲오토리스금융(29.4%) 39억달러(약 5조6433억원) ▲딜러금융(3억6000만달러(한화 약 5209억원) 수준이다. 리스 만기 차량 판매수익과 금융수수료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 수익은 약 63억8000만달러(약 9조2319억원)로 48%를 차지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신차 구매 시 금융 상품의 활용 비중은 80% 이상으로 추산한다. 소비자가 차량 총 가격보다 월 납입금을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HCA와 같은 자동차 금융 계열사의 상품 경쟁력이 곧 차량 판매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HCA는 이러한 시장 구조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 내 현금창출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년 간 HCA가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총 48조6674억원이다. 지난해에는 2022년 대비 수익이 38.5%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총자산은 86조7000억원으로 자본금 대비 차입배율은 12~13배 수준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전자공시시스템(EDGAR)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사 배당 및 지급 내역 보고서에 따르면 HCA는 지난해 총 20만8028건의 자동차 할부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해 총 7조5800억원 규모의 ABS 3건을 발행했다. 현대·기아 차량 판매 확대에 따라 누적된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 내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 북미 사업 확대와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 HCA는 2024년부터 현대차·기아 북미 판매 확대, 제네시스 브랜드 전기차 확대 등 공격적인 현지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ABS 발행을 늘렸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성장 전략과 맞물려 HCA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FCCR(고정비용 커버리지 비율, 영업현금흐름으로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 유지 조항을 삭제해 차입 여력을 넓혔다.

향후 미국내 자동차 수요 둔화와 함께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핵심 자금줄인 HCA의 수익성이 이중 압박을 받을 수 있다. 6월 이후 현대차 북미판매법인(HMA)이 차량가격을 인상할 경우 실질적인 구매가격 조정 부담은 HCA 몫이다. HCA의 ABS 가중평균금리(WAC)는 약 5~6% 수준으로 미국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이자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몇 년 새 리스금융과 딜러금융이 빠르게 확대된 점도 HCA의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년 새 전기차·SUV 중심의 고가 차종 판매 확대 전략과 맞물려 빠르게 늘어났다. 리스 차량은 일정 기간 사용 후 반납되기 때문에 중고차 잔존가치가 수익성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관세 부과로 차량 가격이 급등할 시 중고차 잔존가치 변동성이 커져 리스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확대 전략에 따라 HCA의 딜러금융 수익은 2021년 7억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배가량 늘었다. 고가 전기차 재고 확대와 딜러사 차량 확보 경쟁이 맞물린 결과다. 향후 판매 부진이나 관세 부담이 겹칠 경우 HMA(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의 재고자금 운용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딜러 금융은 HMA가 현지 딜러망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금 공급 수단이다. 차량 회전율이 떨어지면 HCA의 딜러금융비중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자금조달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 ABS 조달 비용 상승은 HCA의 재무부담 확대→본사 배당·상환 여력 축소→현대차그룹 전체 현금흐름 둔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