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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응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 한국의 공급망에도 경고음이 울린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는 물론 항공우주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원료이다. 한국은 희토류의 상당량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만큼 수출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주요 산업에도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1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희토류 수출 제한을 명령했다.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희토류 7종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국의 조치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해 세계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수출 제한 희토류 금속과 자석은 특별 수출허가를 받을 경우에만 반출될 수 있는데 중국은 아직 허가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희토류는 첨단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사마륨은 항공우주 및 군사 응용 분야와 암 치료 등의 원료로, 가돌리늄은 원자로 제어봉의 원료로 사용된다. 테르븀은 고온 연료 전지의 안정화제로 사용되며 디스프로슘은 중성자 흡수제로서 원자로 제어봉에 활용된다.
이 외에 루테튬은 석유화학 산업에서 촉매로, 스캄듐은 항공우주 산업에서 고강도 합금으로, 이트륨은 고온 초전도체 및 산화물 세라믹스에 활용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며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중국 당국의 수출 통제는 미국은 물론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많다.
관세청이 분석한 2024년 한국의 희토류 수입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8%에 육박한다. 다만 중국이 과거에도 수차례 희토류를 전략 무기화한 전례가 있어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대체 공급망 확대에 힘써왔고 비축량을 늘려온 점은 긍정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로 주로 사용되는 디스프로슘과 형광체·합금 첨가제 등에 사용되는 이트륨은 6개월분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
화학 촉매로 사용되는 루테튬은 석유화학업계가 팔라듐 기반 촉매를 주로 사용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영구자석용 테르븀은 디스프로슘 첨가량을 늘려 대응가능하고 형광체용 가돌리늄 역시 다른 물질로도 일정부분 대체가 가능하다. 이 외에 시마륨과 스칸듐은 대체 공급선을 확보해놓은 상황이다.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이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생산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미중 통상전쟁 심화로 수출 중단이 길어지게되면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이다.
정부는 국내 업계에 피해가 없도록 밀착 관리를 해간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허가가 지연되거나 반려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와 다각도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호주 등 다른 희토류 보유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체 기술 개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