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정규직-자회사-비정규직지회 대표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현대제철 4·8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제철 정규직-자회사-비정규직지회 대표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에서 열린 현대제철 4·8 총파업 기자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제철이 7개월 만에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노사는 기본급 인상 등 핵심 쟁점에서 극적 합의를 이뤘지만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미국발 통상 압력과 이에 따른 국내 투자 축소, 일자리 감소 우려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1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 5개 지회(인천·당진·순천·포항·하이스코)는 지난 10~14일 조합원 찬반 투표로 노사 잠정 합의안을 추인했다.


현대제철 순천 지회가 지난 12일 잠정 합의안을 가결한 데 이어 현대제철 노조 중 규모가 가장 큰 충남지부(당진제철소)도 지난 13일 과반 찬성을 달성했다. 노조의 5개 지회 중 함께 교섭을 진행하는 3지회(인천·포항·하이코스)는 전날 표결을 마무리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앞서 노사는 지난 10일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합의안은 임금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기본급450%+1050만원 지급을 골자로 한다. 노사가 합의한 성과금은 직원 평균 2700만원 수준이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해 9월 임단협 상견례 이후 성과급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노조는 ▲기본금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차량 구매 대출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 지원 ▲정년 퇴직자 대상 3년마다 20% 차량 할인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한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이다.


회사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노조는 연초부터 총파업을 선언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지난 1월21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파업에 나섰다. 다음날인 22일엔 노조 간부 전원이 파업을 벌였다. 2월에도 노조의 게릴라(부분·일시) 파업은 이어졌다. 회사는 파업으로 지난 2월에만 냉연강판 27만톤의 생산 차질을 겪었다. 피해금액은 254억원에 이른다.

갈등이 격화되자 회사는 지난 2월24일 1953년 창립 후 첫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직장 폐쇄된 당진제철소는 현대제철 냉연강판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냉연강판 생산라인 중 상공정(PL/TCM) 파트다. 회사는 파업 해제 후 업무에 복귀해야 공장 가동을 재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담화문을 내고 "파업은 회사의 경영악화를 심화시킬 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라며 "이러한 회사의 노력과 절박한 현실에도 노조는 끊임없이 파업을 이어가며 회사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시황 악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전년 대비 60.6% 감소했다. 국내 건설경기 악화와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회사는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만 50살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잠정 합의안 가결로 노사의 갈등은 임시 봉합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24년 임단협에서 노사 갈등이 극에 달했던 만큼 올해 교섭도 험로가 예상되서다. 양측 감정의 골 깊은 만큼 올해 협상 역시 해를 넘길 것이란 시각이 많다.

노조는 2024년 임단협에 아쉬움을 토로하며 올해 교섭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충남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가) 미국발 관세 전쟁에 굴복해 제철소를 건립하는 데 따른 국내 공장 투자 축소와 일자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25%에 대응해 현지에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총 58억달러(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대미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보상 요구가 더해진다면 회사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