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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자산운용이 전자 가격 표시기(ESL) 전문 기업 솔루엠 지분율을 높이고 있어 주목받는다. 한국의 버핏으로 불리며 '가치투자'를 고집하는 VIP자산운용이 솔루엠의 사업적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는 관측이다. 주가 부진은 단기에 그치고 ESL 사업 등 성장성이 주가를 상승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솔루엠 주식을 60만주 추가로 사들여 기존 270만8773주(5.42%)에서 332만6192주(6.66%)로 매입 비중을 늘렸다. 단순한 수익률 추구가 아니라 기업 잠재력에 주목했다는 후문이다. VIP자산운용은 시장 변화보다 개별기업 가치를 면밀히 분석해 저평가된 종목을 선별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아세아(지분율 11.81%), 풍산홀딩스(지분율 11.83%), HL홀딩스(11.78%) 등을 보유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솔루엠은 ESL 시장에서 납기, 가격, 품질의 균형 측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베트남 하노이 생산기지를 비롯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럽과 일본 시장의 수요 회복세에 맞춰 실적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때 베트남 생산기지 가동률이 64.1%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솔루엠은 지난해 브라질, 호주, 싱가포르, 베트남 호치민 등에 잇따라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ESL은 일회성이 아니라 5~10년 주기로 교체 수요가 지속 발생하는 만큼 장기적인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물가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매장 내 가격표시 자동화 필요성은 더 커진다. 기존 종이 가격표에서 컬러 디지털 ESL로 전환하는 흐름이 빨라지면서 ESL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솔루엠은 지난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8292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구축한 네트워크나 기술력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3~4조원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어 솔루엠에 대한 평가가 시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않다는 시각이 많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시장에서 ESL이 아직까지 제대로 보급되지 않은 상태인데 솔루엠이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체에 맞춰 제작할 수 있는 역량이 되는 만큼 경쟁력이 상당하다"고 봤다.
이러한 성장 가능성은 ESL 시장의 미래 전망과도 무관치 않다. 글로벌 ESL 시장은 2023년 약 3.5조원 규모였는데 2025년 5조원, 2030년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대면 쇼핑 확산, 스마트 유통 강화 흐름이 맞물리며 ESL 수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