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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5월 경제 성장 추이를 보고 금리 인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오전 서울 한은 본부에서 4월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지난 2월 금리를 내렸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은 6명 중 신성환 위원을 제외한 5명이 유지 의견을 냈다. 다만 3개월 내 금리 수준 전망에서는 6명 모두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위원들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 스피드를 조절하며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금리 인하는) 세차례나 했고, 지금도 계속할 예정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타이밍만 앞뒤로 조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경기 하강 리스크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성장 부진을 감안할 때 2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를 하회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관세 정책이 전망 당시보다 상당히 강화돼 성장률을 낮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인하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 위원에 대해 "최근의 물가와 성장만을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환율과 가계 부채 등 우려할 부분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 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 총재는 올 1분기 한국 경제의 역성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의 장기화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3월 중 경제 심리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영남지역의 대형 산불과 일부 건설 현장의 공사 중단, 고성능 반도체(HBM) 수요 이연 등과 같은 일시적 요인들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하방 압력이 증대된 점을 감안할 때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 0.2%를 밑돌 것으로 추정했다.
이 총재는 "다음달 발표하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다만 경제성장률 관련 구체적인 숫자 언급은 피했다. 그는 "향후 무역 협상 진행으로 국가별 최종 관세, 추경 규모, 정치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경제 심리 회복 등 불확실성이 커서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볼 때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는 또 "성장률이 상당히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1분기 기저효과에 관세 효과까지 더해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