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0K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200K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조선사와 철강사의 희비가 엇갈린다.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된 조선사들은 지난해 대비 3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철강사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시황 악화로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

조선 빅3,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년 대비 3배 증가

18일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192억원으로 전년 동기(1602억원) 대비 224.1%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779억원에서 1506억원으로 93.3% 늘어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동기간(529억원)보다 197.5% 증가한 1574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가 최대 3배가 넘는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엔 고부가가치 선박이 있다. 2022년부터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면서 고선가의 선종 위주로 수주 잔고를 채워 수익성이 가파르게 개선됐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7만4000톤급 LNG운반선 선가는 2억5500만달러(약 3700억원)로 2021년(1억8800만달러) 대비 26.3% 올랐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HD현대중공업은 조선과 엔진 사업의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HD현대삼호는 HD현대 조선 3사 중 가장 빠르고 우수한 수익성을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실적 개선이 더뎠던 HD현대미포는 저가 물량을 털어내고 고선가 위주로 수주 잔고를 채우고 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중공업은 2023년 적자를 끊고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해양부유식액화플랜트(FLNG) 등 해양 플랜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 빅3 중 가장 늦게 흑자 전환했으나 공정 정상화에 성공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가장 먼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며 외국 조선소에서 함정 건조가 불가능한 '반스-톨레프슨 수정법'을 적용받아 미 함정 수주가 기대된다.

철강업계, 전방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으로 몸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후판. /사진=현대제철

철강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478억원으로 실적 하락이 가속화된 전년(5830억원) 대비 9.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철강부문의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다. 현대제철은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동국제강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525억원) 보다 81.0% 감소한 100억원이 예상된다.


철강업계는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강재 밀어내기로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정부에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AD: Anti-Dumping)를 단행했다. 동국씨엠도 중국산 컬러강판·도금강판 AD에 나서며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환율에 따른 원재료 비용 부담이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한다. 계엄 여파와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지난 1월2일 원/달러 환율은 1471원으로 출발해 줄곧 1430원대를 웃돌았다.

제강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전기료 인상에 따른 부담도 지게 됐다. 제강사는 전기로를 가동해 쇳물을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오르면 원가가 늘어난다. 한전은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렸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정기 보수 기간을 늘리고 야간 조업에 나서는 등 각종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손해를 상쇄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조선과 철강업계의 엇갈린 실적에도 후판 가격이 내리며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전망이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조선사와 철강사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지난해 하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은 70만원 후반대로 결정됐다. 30% 저렴한 중국산 후판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며 철강업계의 협상력이 약화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