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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석탄발전사 삼척블루파워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을 초과하는 주문을 확보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기관투자가들의 기피 대상이었던 만큼 고금리를 무기로 리테일 셀다운 역량을 갖춘 키움증권이 주관을 맡은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전날 3년물 1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02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민간채권평가사(민평) 금리 대비 +1bp 수준에서 모집액을 채웠으며 증액 없이 오는 25일 발행이 예정됐다. 조달 자금은 전액 오는 25일 만기 도래하는 18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안정적)를 받았다.
삼척블루파워는 공모채 시장에서 잦은 미매각으로 대표적인 '반(反) ESG' 종목으로 꼽혀 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1조2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는 동안 약 70%가 미매각 처리된 이력이 있음에도 민평금리 수준에서 전액 모집에 성공,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한 것.
이번 딜은 키움증권에 이어 DB증권, 흥국증권, 부국증권 등 3개사가 인수단에 합류하며, 총 4곳의 공동 주관사단을 꾸렸다. 기존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6개사가 총액인수확약(LOC)을 체결한 구조였다. 하지만 ESG 이슈가 부각되면서 대부분 재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석탄 발전 기업이라는 특성상 기관 수요 기반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 때문에 리테일 셀다운 역량이 강한 키움증권만이 주관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최근 브로커리지 중심의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IB 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은 공모채 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실적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이번 딜 역시 키움증권에겐 실적 확보와 시장 내 입지 확대 측면에서 놓치기 어려운 기회였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키움증권의 리테일 셀다운 역량과 5.6%대를 웃도는 고금리 매력, 만기 도래 채무 상환 목적의 명확한 자금 용도 등이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 수요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키움증권은 리테일 채널을 중심으로 수요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리와 키움증권의 셀다운 역량 등을 고려할 때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당했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수요가 얕은 상황에서 리테일 채널을 활용해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키움증권의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단독 주관을 통해 셀다운 전략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