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은옥 기자

올해 들어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주요 종목에서 순매도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났고,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대표 빅테크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전체 보관금액도 28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5년 4월 현재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910억6600만달러(약 122조9000억원)로 2024년 12월 말 1121억달러(151조3000억원) 대비 약 210억달러(28조4000억원)가 줄었다. 감소율은 18.8%에 달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서학개미들의 결제 규모 1위 종목이었던 테슬라는 1년 새 총 매매 결제금액이 절반 이상 줄었다. 2024년 말 3억262만달러(약 4086억원)였던 테슬라는 2025년 4월 22일 기준 1억4329만달러(약 1933억원)로 감소해 약 1억5933만달러(약 2153억원)가 줄었다. 엔비디아 또한 같은 기간 동안 결제금액이 1억1504만달러(약 1553억원)에서 1억785만 달러(약 1456억원)로 감소하며 6.2% 줄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외에도 빅테크 종목들에 대한 투자 열기도 다소 식은 분위기다. 애플의 결제 규모는 1617만달러(약 218억원), 마이크로소프트는 593만달러(80억원) 수준으로 투자 규모 자체가 크게 줄었다. 아마존, 알파벳 역시 매도 결제 비중이 매수보다 높아 서학개미들이 이익 실현 후 보유를 줄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로드컴도 결제금액은 718만달러(97억원)로 매도 우위 흐름이 확인됐다.

차익실현·환차손·트럼프 리스크 '3중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2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폴 앳킨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모습./사진=로이터

이같은 보관금액 감소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2023~2024년 테슬라·엔비디아 등 기술주 랠리 이후 올해 차익 실현 심리가 본격화되며 일부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을 현금화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 미·중 갈등 재점화 가능성 등으로 대표되는 정책 불확실성 확대도 투자심리 위축에 영향을 줬다.

또한 미국 주식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일본과 독일 등으로의 자금 분산 흐름도 확인된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주식 보관금액은 2023년 37억달러(약 5조원)에서 2025년 43억5000만달러(약 5조9700억원)로 15.7% 증가했다. 독일 주식 보관금액도 2023년 1억4390만달러(1940억원)에서 올해 1억7878만달러(2419억원)로 24.2% 늘었다. 이는 미국 증시의 고점 부담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추구 또는 환차익 기대를 반영한 자금 분산 흐름으로 해석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이 미국 금융시장 신뢰도를 떨어뜨리면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며 "예상과 달리 이번 상호관세발 시장 불안 국면에서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