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이란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민간 용도 핵 프로그램은 용인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은 협상이 우선이라고 말한 모습. /사진=로이터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이란 내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면 민간 용도 핵 프로그램은 용인할 수 있다는 타협안을 제시했다.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프리프레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이란이 시민적이고 평화로운 핵 프로그램을 원한다면 그 길로 갈 수 있다"며 "하지만 우라늄 농축을 고집한다면 이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기 프로그램'은 없지만 농축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이란이 국내에서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수입한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한다면 전력 생산 등 민간 목적 핵 프로그램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달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란 핵 프로그램 '완전한 해체'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지난 19일 로마 주재 오만 대사관에서 열린 2차 핵 협상 직전 루비오 장관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권리는 협상할 수 있지 않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을 당장 중단해야 하며 민간 핵 프로그램에 필요한 것만 수입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를 탈퇴하고 일련 제재를 복원하며 '최대 압박 정책'을 펼쳤다. 2기 행정부는 이란에 새로운 핵 합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60일 협상 시한을 제시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에 양측은 지난 19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핵 문제를 논의했다. 아울러 오는 26일에는 고위급 회담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양측 기술 전문가들이 만난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 제안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들이 바라는 민간 핵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지만 핵연료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할지는 미지수다. 반면 이란이 제안을 거부하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 옵션을 보존하려 한다는 서방의 우려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정치고문인 알리 샴하니는 2차 핵 협상이 열렸던 지난 19일 이른바 '아랍에미리트(UAE) 모델'을 선택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UAE는 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후 외국에서 핵연료를 수입, 자국 내 원자력 발전소들을 가동하고 있다.

유엔 핵 감시 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무기급 약 90% 수준에 가까운 최대 60% 순도로 급격히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민간 용도로 우라늄을 그렇게 높은 수준으로 농축할 필요가 없으며 핵폭탄을 생산하지 않는데 우라늄을 농축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란과 미국의 핵 협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