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ETF 수익률이 마이너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미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팅을 테마로 한 ETF(상장지수펀드)들이 국내 시장에 잇따라 상장되고 있지만 성과는 부진하다. 특히 최근 한 달간 상장된 관련 ETF 5종 모두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투자자 유입 효과도 제한적인 모습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RISE 미국양자컴퓨팅 ETF' 최근 1개월 기준 -10.41%를 기록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이어 ▲신한자산운용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8.81%) ▲삼성액티브자산운용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 ETF'( -8.29%) ▲한화자산운용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8.26%) ▲키움투자자산운용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8.21%) 순으로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3개월 수익률이 집계된 키움운용 ETF의 누적 수익률은 -23.30%에 달했다.


양자컴퓨팅은 AI 이후 차세대 컴퓨팅 패러다임으로 꼽히며 시장의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키움운용이 3월 '미국양자컴퓨팅 ETF'를 선보인 이후 4월 초 삼성·한화·신한·KB 등 주요 운용사들이 앞다퉈 유사 테마 상품을 쏟아내며 단기간에 총 5종의 양자컴퓨팅 ETF가 쏟아졌다.

하지만 실상은 기초지수가 유사하고 구성 종목도 대부분 중복된다. 아이온큐(IonQ), 리게티(Rigetti), IBM, 하니웰(Honeywell) 등 미국 기술주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주를 이룬다. 투자 테마가 비슷하다 보니 상품 간 차별성이 부족하고 운용사 간 '라인업 채우기'식 경쟁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실제 후발 주자들은 상품 차별성 대신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ETF'의 연간 총보수는 0.49%지만, 이후 출시된 ▲한화운용과 신한운용은 각각 0.45%, ▲KB운용은 0.40%로 더 낮은 수준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0.50%로 가장 높지만, 액티브 전략이라는 점에서 예외적이다. 다만 이 역시 키움과의 격차는 0.01%포인트에 불과해 후발주자로서 경쟁 ETF를 일정 부분 의식한 보수 설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양자컴퓨팅 ETF 출시 러시가 최근 ETF 시장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마 쏠림→상품 중복→출혈 경쟁'의 전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양자컴퓨팅처럼 아직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테마일수록 결국은 포장 경쟁으로 흐르기 쉽다"며 "상품 구조와 종목 구성이 유사하다 보니 후발 ETF는 차별성 대신 수수료와 마케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