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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능한 분이면 누구든 장관으로 모시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최근 보수 성향 인사들과의 만나 이렇게 말하며 "먹고살기 바쁜데 무슨 이념 타령이냐"며 "진영 논리에 매몰된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능력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표 발언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실용주의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한다. DJ는 경제 부흥을 위해 지역이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연한 인재 등용에 힘썼다. 숨은 인재 적극 발굴해 총리는 충청, 대법원장은 강원, 국회의장은 대구, 감사원장은 경기 출신으로 수장의 전국화를 이뤘다.
이 후보는 경제 성장을 6·3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삼고 '탈이념·실용주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틀까지 부인하며 좌·우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인다. 유연성을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 '뉴 DJ' 행보가 떠오른다는 이들도 많다.
베이지 니트에 밝은 톤, '유연한' 이미지 부각한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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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지난 10일 대선 출마 선언 영상에서 베이지 계열의 니트를 입고 등장했다. 최근 정장보다는 격식 없는 차림으로 짙은 색보다는 밝은색 계열의 옷차림을 주로 입는다. 노타이 차림새도 자주 눈에 띄고 눈썹과 머리색도 연한 갈색으로 바꿨다. 날카로운 표정과 강한 어조로 상징됐던 '인권변호사 출신 투사형 정치인' 이미지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이 후보의 변화를 두고 DJ가 빨간 넥타이와 행커치프, 세련된 쓰리 버튼 정장을 입고 변신을 시도한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당시 DJ는 딱딱하고 과격한 '민주화 투사'로 각인된 강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연설 톤도 부드럽게 하고 한 손 동작 대신 양손 제스처를 사용했다.
실용주의 깃발 든 이재명 "문제는 경제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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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정책 기조 전반에 DJ의 실용주의 노선을 본격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메시지와 공약 모두에서 '탈이념', '경제 우선' 기조를 내세우며 1997년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경제 대통령' 전략을 사실상 계승하고 있다.
이 후보는 2022년 대선 당시 강조했던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분배 중심'의 공약에서 한발 물러섰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사실상 부정하고 부동산 세제 강화 정책에도 선을 그었다.
IMF라는 경제 위기 국면에서 실용주의와 성장 우선 정책을 취했던 DJ식 경제 철학이 오버랩된다. DJ는 1997년 외환위기 정국에서 "다음 대통령은 경제를 제대로 다룰 줄 알아야 한다"며 '보수=경제'라는 기존 공식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집권 후에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와 공기업 민영화, 노동 유연화 등 전통적으로 보수 진영에서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정책을 과감히 수용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은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언급하며 기존 진보 정당 이미지와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는 DJ가 1997년 대선 토론에서 "우리 당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공언하며 보수층과 중도 유권자에게 손을 내밀었던 장면과 유사하다.
이 후보가 DJ의 정책 노선을 전면에 내세운 건 김대중 정부가 IMF 외환위기라는 국가적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빠른 반등을 이룬 성공한 정부였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의 모습은 유권자에게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