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도 차기 교황 후보로 지목돼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사진=뉴스1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267대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가 다가오고 있다. 변수가 많은 콘클라베 특성상 누구에게나 당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유흥식 추기경이 최근 차기 교황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면서 아시아 첫 교황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종교계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오는 5월4일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벤디알리'를 연다. 노벤디알리는 교황이 선종할 경우 가톨릭교회가 발표하는 9일간의 공식 애도 기간이다. 노벤디알리가 종료되면 콘클라베가 시작되는데 통상 선종 후 15~20일 안에 시작되는 점을 고려하면 5월 6~11일이 유력하다.


한국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도 유력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발탁한 교황청 핵심 인사다. 한국인이 교황청 차관보급 이상의 고위직을 맡은 것은 유 추기경이 첫 번째다. 이외에도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과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유 추기경의 강점은 추진력과 개방적인 리더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지근거리에서 활동하며 국내외의 인권과 평화 활동에 힘써왔다는 평가다. 유 추기경은 2014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40분간 독대해 25년 만의 교황 방한을 주도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도 12명의 차기 교황 후보 중 하나로 유 추기경을 지목했다.

아시아 출신이라는 점도 이점이다. 최근 교황청이 교황이 배출되지 않은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266명의 교황 중 출신 국가가 명확하지 않은 사례를 제외하면 아시아 출신은 한명도 없다. 이탈리아가 200명 이상으로 압도적이며 비유럽권은 11명에 불과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보적 정책에 반대하는 보수파의 결집이 뚜렷하다는 점은 변수다. 동성혼이나 이혼·재혼 허용 여부, 여성 사제 서임 등 현안을 놓고 진보파에 대한 보수파의 반발이 거세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잦은 갈등을 빚었던 독일의 게르하르트 뮬러 추기경,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이 보수파의 유력 후보다. 유 추기경은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가톨릭 교세가 크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한국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가톨릭 교인은 전체 인구의 11.3%인 597만여명이다. 8000만명이 넘는 교인들이 활동하는 필리핀이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나라인 콩고(전체의 40% 이상)에 못 미친다.

유 추기경은 우리 종교계의 확대해석을 사양하는 눈치다. 선종 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며 "과도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