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흑룡의 해'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악재에 발목을 잡힌 증시는 승천하지 못했다. 지난 4월 2049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5월 들어 추락을 거듭하며 1783까지 밀렸다.

이런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까. 안타깝게도 하반기 전망도 장밋빛 일색은 아니다. 12일 한국은행이 '서프라이즈'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0.25%포인트 내린 3.00%로 조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오히려 경기 악화에 대한 불안심리를 자극했다는 지적도 많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이번 금리 인하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시장은 금리가 아닌 경기를 보고 움직이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서 금리를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증시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한풀 꺾인 주가는 언제쯤이면 오를까. 어려운 시장 여건에서도 살뜰히 수익을 챙기려면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추세 없는 등락 반복 전망, 올라도 100P… 그래도 電·車

사진_뉴스1 한재호기자
 
◆하반기 증시 저점은 1700, 고점은 2200
 
삼성·대신·우리투자·대우·신한·현대·동양증권 등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2012년 하반기 증시 전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반기 증시 불안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국내 증시의 저점은 1700, 고점은 2200선까지 기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슈가 최종적으로 유로화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반기 국내 증시는 1900~22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단, 가능성은 적지만 유럽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화된다면 경기와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한단계 추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하반기 증시는 1700~1950선에서 등락을 보일 수 있다고 윤 센터장은 전망했다.

상반기 장세와 별반 다름없는 형국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반기 장세의 재연'으로 상승도, 하락도 아닌 추세 없는 등락이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스권에 갇힌 주가는 상반기 고점은 2050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시 말해 상반기와 비슷한 양상이거나 100포인트 가량의 점진적인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하반기 국내 증시 흐름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맥을 같이 하지만, 분기별(3·4분기) 전망은 증권사별로 엇갈렸다.

현대증권은 올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1700~2150선으로 전망한 가운데 크게 '상저하고'의 흐름을 예측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2일 전격 단행된 금리 인하는 그만큼 내수 및 수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으로 시장의 불안감을 확산시킨 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3분기는 변동성 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단, 각국의 공조효과가 나타나는 4분기에는 '유동성'으로 인해 지표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4분기를 더 어둡게 보는 시각도 있다. 잠복된 유럽 리스크가 12월 결산기에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연말 대선은 경험상 주식시장에는 비우호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간 고점은 계절적 성수기 진입 및 글로벌 유동성 공조의 파급효과가 가시화되는 3분기로 판단되며, 연말로 갈수록 잠재 불안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조윤남 리서치센터장도 "3분기에는 유럽 재정위기의 진화로 시작한 안도랠리가 미국의 정책 기대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나 4분기에는 대선 불확실성 속에서 재정 절벽(Fiscal Cliff·집행하던 예산이 삭감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의 두려움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추세 없는 등락 반복 전망, 올라도 100P… 그래도 電·車

사진_류승희기자
 
◆ IT·자동차 업종, G2 수혜주 등 주목

하반기 증시에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점쳐지면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도 성장주와 방어주를 적절하게 편입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윤석 센터장은 "안정적인 이익성장이 기대되는 삼성전자와 자동차업종,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모바일 비즈니스와 중국 수혜주, 낙폭과대로 인해 하락위험이 적은 경기민감 업종대표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업종에 대한 기대는 하반기에도 높았다. 조윤남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후반에 또다시 미국 경제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유럽 위기감이 재차 부각되면 달러 강세와 함께 IT, 자동차주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하반기에는 IT(삼성전자)에 집중된 '쏠림현상'의 점차적 완화가 기대되지만, 그럼에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관심업종은 일부에 국한하는 것이 좋다"며 IT, 자동차(부품) 등을 관심업종 리스트 선두에 올렸다.

여행·레저, 항공주들도 업황 개선으로 인해 상승여력이 클 것으로 평가됐다.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은 대표적인 하반기 턴어라운드 기대주로 항공, 기계업종을 꼽으며 환율 안정 시 수혜주로 내다봤다. 우리투자증권은 대한항공, 강원랜드 등 운송, 카지노업종의 하반기 실적 호전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외 하반기 G2(미국, 중국)의 경기 회복을 노린 수혜주를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경기회복 추세와 중국 정부의 규제 및 투자측면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자동차/부품, 철강/금속, 전기장비(IT하드웨어), 기계 업종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며 넥센타이어, 기아차, 태광, 두산인프라코어, POSCO 등을 유망업종으로 추천했다. 

대우증권도 "하반기에 돈은 선진국이 풀고, 실물경기 사이클은 이머징(중국)이 좌우할 것"이라며 중국의 정권 교체시기와 맞물리는 3분기 말부터 소재주 비중 확대를 권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