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드릴 수 없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는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부동산 거래활성화가 요원한 가운데 결국 정부가 마지막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완화가 있다.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끝장토론에서 결국 DTI를 손대는 쪽으로 정부의 결론이 모아졌다. 그동안 DTI 규제완화 만큼은 '논의대상이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가 갑자기 방향을 선회한 이유는 부동산 거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7월17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6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지난 3년간의 6월 평균과 비교해도 23% 줄었다. 특히 강남3구는 3년간 6월 평균에 비해 50% 이상 거래가 끊겨 한여름에 부동산 시장의 한파를 맛봐야 했다.

그간 주택건설업계와 부동산거래업계는 줄기차게 DTI 규제완화를 요구해왔다. 자기자본비율이 낮더라도 '지렛대 효과'를 통해 주택 거래가 늘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반면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철저하게 DTI 해제를 부동산 거래활성화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만기되는 가계부채가 100조원에 이를 만큼 가계는 위험수위에 직면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 마저 한국의 위협요인으로 가계부채를 꼽고 있는 마당에 DTI 규제완화 카드는 정부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DTI 규제완화, 시작 전부터 우려감 팽배

현재 정부의 DTI 규제 완화의 방향은 가계 채무에 부담을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수요자의 주택구입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쪽에 맞춰져 있다. 고령의 자산가나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DTI 가산 혜택을 고려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소득은 낮지만 충분한 여유자금을 갖춘 고령자산가의 경우 채무부담이 높지 않다는 점이 고려의 이유다. 이들에게 주택 거래에 숨통을 틔워주면 잠잠한 부동산 거래시장에 작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 자산 증가가 예견돼 있는 젊은 직장인에 대한 혜택을 고민하는 것은 주택 실수요자를 겨냥한 판단으로 보인다. 어차피 주택 구입이 필요한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주택 구입 의욕을 높이자는 것인데 현재 소득은 적지만 대출금을 상환할 충분한 능력이 된다면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방향으로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내용은 시중은행 5곳의 가계여신·주택금융 담당자들과 금융위원회의 정기회의에서 나왔으며 정부는 앞으로 추가 회의를 통해 DTI 제도보완의 세부적인 내용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는 가계부채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통합당 의원이 7월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DTI 규제 완화는 결국 은행에 빚내서 집 사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씀하실 수 있다"고 시인한 것도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다. 심지어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시한폭탄을 터트리겠다는 거냐"고 반발하면서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시장에서 '때늦은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정부의 고심을 키우고 있다. DTI 규제 완화 가능성이 흘러나온 이후에도 대부분의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여전히 거래 문의가 없다고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고 수혜 대상인 젊은 층 역시 "정부가 20~30대에게 하우스푸어가 되라고 꼬드기는거냐"며 냉담한 반응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써야 할 카드의 타이밍을 못 맞추고 있다"면서 "결국 효과는 미미하고 리스크만 키우는 정책을 연이어 내놓는 꼴이다. 다음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DTI가 죽은 부동산 시장 살린다?


◆전문가들 "취득세 완화가 대안"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카드로 취득세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팀장은 "부동산 관련 세금의 3단계가 취득·보유·매각이다. 현재 장터에 물건을 팔려는 사람이 많은 반면 사려는 사람은 없는데, 사려는 사람이 시장에 찾아오도록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취득세 완화다"면서 "세수의 문제로 정부가 취득세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 결국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가 큰 선택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일시적 취득·등록세 감면 정책은 주택거래 활성화 효과를 봤다. 지난해 3·22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한시적 취득세 감면조치로 지난해 지방 미분양물량이 감소하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주택거래가 위축된 데는 취득세 감면이 끝난 것도 원인"이라면서 "특히 9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가 취득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중대형 주택 거래뿐만 아니라 중소형까지 끊어졌다. 취득세 감면은 위축된 주택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취득세 감면은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와 연관돼 있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서울시 세수의 약 27%가 취득세일 정도로 지자체 세수의 취득세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증가하면 세수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주택 거래가 늘어나면 이사업체, 인테리어업체, 부동산 중개업체 등의 소득증가가 세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부동산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경제상황이 장기침체 상태인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가 어떤 대책 마련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