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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독일차 브랜드 최초로 2000만원대 모델을 내놓았다. 준중형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보다 한체급 아래 모델인 폴로가 그 주인공. 국내 자동차시장에 불고 있는 소형차 열풍에 발을 맞춤과 동시에 20~30대를 겨냥한 모델이다.
폴로는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지난 3월 '2013 서울모터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폭스바겐은 모터쇼의 대표주자로 폴로를 내세웠고, 국내 수입 소형차시장을 이끌어나갈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달리기 대표선수 '골프의 동생'
폭스바겐의 차세대 대표주자 폴로를 타고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양평을 거쳐 남양주 일대를 돌아오는 왕복코스 88km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모델은 1.6 TDI 엔진을 장착한 R-라인 패키지 버전으로 건식 듀얼클러치 방식의 7단 DSG 변속기가 장착됐으며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는 23.5kg·m이다.
100마력이 채 안 되는 출력이지만 묵직한 토크가 가벼운 폴로에 가뿐하게 힘을 실어준다. 이밖에 제로백 11.5초, 안전 최고속도 180km/h 등 소형차라는 구분이 무색할 정도의 스펙을 자랑한다.
폴로는 흔히 '골프의 동생'으로도 불린다. R-라인 스포츠 범퍼, 고광택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장착돼서일까. '형' 골프보다 더 심플하면서도 응축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골프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심플함과 단단함의 매력을 폴로가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서 이어받은 느낌이다.
그러나 외모에서 받았던 감흥은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삭감된다. 직물 시트와 도어 트림, 플라스틱 재질로 마감된 실내 인테리어 등은 독일차의 품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편의장치도 하염없이 초라하다. 열선 시트와 내비게이션(120만원 옵션)의 부재는 물론 제논라이트, 크루즈컨트롤, 오토라이트, 오토에어컨 등 국내 소비자들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제외됐다. 국내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를 맞추기엔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공간은 상대적으로 만족스럽다. 소형차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 공간과 높이가 넉넉한 편이다. 트렁크의 기본적재는 280리터로 부족하지만 뒷좌석을 접으면 967리터까지 확장할 수 있어 레저활동을 즐기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시동을 걸고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감히 평가하건대 동급 소형차 중 가장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가진 차라고 할 만하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승에 앞서 동급의 미니 컨트리맨을 타고 온 만큼 와 닿는 차이가 더욱 체감으로 느껴졌다.
폴로의 진가는 코너링에서 제대로 확인이 가능했다. 묵직한 핸들링과 부드러우면서도 날렵한 반응속도는 굽이굽이 이어지는 곡선구간에서도 안정감을 줬다. 크기는 작지만 독일차 특유의 단단한 하체 강성이 흔들림 없는 드라이브를 가능케 했다. 실제 폴로는 경량의 고강성 바디로 유로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한 바 있다.
직선구간에서의 가속은 힘이 넘쳤다. 7단 DSG 변속기는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게 가속을 도왔고 어렵지 않게 160km/h대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곡선구간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속구간에서도 차체의 평형성은 안정감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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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맛에 연비 메리트 '만족감'
물론 소형차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우선 시동상태에서의 소음과 진동이 가장 아쉬웠다. 또 대형트럭이나 승합차가 바로 옆으로 추월해갈 때 영향을 받고, 깔끔하지 못한 도로를 지날 때 느껴지는 충격음 등도 '굳이' 단점으로 꼽을 만한 사항이다. 굳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언급한 것들이 소형차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인 데다 그만큼 폴로의 단점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볍고 콤팩트한 차체와 DSG 변속기 덕분일까. 달리기를 마치면서 놀라운 현상을 경험했다. 시승구간의 반환점을 돌아오면서 주행거리가 늘어났지만 평균연비도 함께 늘어난 것이다. 동승했던 기자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결과적으로 차에서 내렸을 때 계기판에 찍힌 평균연비는 21.4km/ℓ. 실제 공인연비 18.3km/ℓ(1등급)를 꽤 웃도는 수준으로 공인연비보다 실연비가 낮게 찍히곤 하는 여타 국산차들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크게 바라지 않았던 타는 맛과 함께 소형차의 최대 메리트라 할 수 있는 연비 만족도까지 더해주니 애정이 쏠렸다.
연비와 함께 가격에서도 미소를 짓게 한다. 폴로 R라인의 가격은 2490만원으로 동급 경쟁차종인 미니 쿠퍼(3040만원), 푸조 208(2630만원), 피아트 500(2690만원)에 비해 저렴하다. 그동안 독일차 브랜드들이 내놓았던 가격정책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폴로의 마진이 불과 70만~80만원(3.8%)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당장의 수익창출보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500대 가량의 초도 물량이 들어와 있는 폴로의 연간 목표 판매대수는 2000대다. 짐작컨대 충분히 가능한 목표치로 여겨진다.
소형차답지 않은 엄청난 강성과 DSG 변속기의 조합, 그리고 착한 연비와 가격까지 두루 갖춘 폴로가 폭스바겐의 바람대로 소형차시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