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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가구에서 식기·조명·소품류까지 '질리지 않는 스타일'에 열광
지난해 4월 열렸던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의 전시회 <핀 율 탄생 100주년전-북유럽 가구이야기>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전시회를 개최한 대림미술관이 개관한 이후 최대인 13만명이 핀 율의 작품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가구 디자이너의 탄생기념 전시회가 이토록 높은 관심을 받은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불어온 북유럽 가구의 인기 때문이다.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은 단순한 선호를 넘어 우리에게는 없던 그들만의 문화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북유럽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스칸디맘' '스칸디대디' 등 교육도 열풍이다. 부모의 희생을 강요하며 자녀의 교육에 지나치게 투자하기보다는 정서적인 유대감을 중시하는 소위 '스칸디나비아식 교육'이 뜨고 있는 것. 이러한 북유럽의 문화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아예 북유럽으로 떠나는 여행코스도 늘고 있다.
◆ 에그체어를 아시나요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핀 율을 비롯해 아르네 야콥슨, 한스 웨그너 등은 이미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디자이너다. 이들이 디자인한 제품은 명품가구답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그칠 줄 모른다.
북유럽 가구브랜드인 '피요르드', '프리츠한센'을 정식 수입, 판매하는 형우모드의 조재우 대표는 "올해 열린 리빙디자인 박람회에서 몇년 전과 달리 북유럽 디자이너와 대표 가구를 아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에 놀랐다"며 "일반인들이 거장의 작품을 인정하며 높은 가격에도 수긍하는 분위기에 한번 더 놀랐다"고 말했다.
아르네 야콥슨의 '에그체어'나 '스완체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디자인이 유명해졌다. 아르네 야콥슨의 디자인을 판매하고 있는 덴마크의 가구회사 '프리츠한센'은 그가 죽은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색감과 질감을 도입해 인기를 끌고 있다.
에그체어는 명품으로 꼽히는 가구답게 가격도 900만원부터 2450만원에 달한다. 프리츠한센 매장 전시장에 놓인 2450만원짜리 에그체어는 가죽의 이음새가 없는 게 특징. 상처가 없는 소 두마리의 가죽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물론 워낙 고가인 탓에 구매로 연결되는 비중은 적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간결한 디자인과 편안함에 관심이 커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장이 비서를 보내 가구를 사오게 한다"며 "이런 분들은 가격을 묻지도 않고 그저 가져간다"고 귀띔했다.
조 대표는 큰 테이블 역시 북유럽 가구를 특징짓는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식탁문화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가 주로 찾는 크기는 1600×1400의 4인용 식탁이지만 북유럽의 테이블은 가로 길이가 평균 2미터를 넘는다.
"이들의 식탁문화와도 큰 연관이 있습니다. 외식하기보다는 집에 초대해서 먹는 문화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식기류도 발달하게 된 거죠."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말부터 백화점에도 입점하기 시작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북유럽 가구브랜드인 바리에르(노르웨이)와 프리츠한센, 칼 헨센엔손(덴마크), 에릭 요르겐슨(덴마크) 등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의자와 소파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바리에르의 경우 지난해 무려 1000% 이상 매출이 늘었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두배나 더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다른 브랜드들도 지난해보다 2~3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가구 바이어인 조용태 과장은 "이탈리아 중심의 기존 수입가구시장에 북유럽 가구브랜드들이 스타로 떠올랐다"며 "가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큰 가구들은 클래식한 이탈리아 가구로 하되 모던한 스타일의 북유럽 의자나 소파,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는 믹스 앤 매치가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북유럽 가구가 모두 비싼 제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유럽 빈티지가구를 취급하는 모벨랩의 김종원 과장은 "북유럽 가구를 국내에 처음 들여올 당시 유명 디자이너의 제품만을 소개했기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을 주게 됐다"며 "실제 북유럽에서 생활가구로 쓰이는 제품들은 대중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최근 들어 신혼부부의 구매가 크게 늘었다"며 "전부 북유럽 빈티지 가구로 채우기보다는 하나하나 컬렉션을 늘려갈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국내에는 본격적으로 입점하지 않았지만 스웨덴의 조립가구인 '이케아'의 경우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마켓을 통해 구매가 활발한지 오래다. 저렴하면서도 실용적인 가구 디자인으로 이미 '국민수납장', '국민책장'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북유럽 가구의 인기는 국내 가구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샘, 리바트 등 주요 가구업체가 북유럽의 가구를 모티브로 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한샘 관계자는 "20~30대들이 간결한 디자인과 원목 느낌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을 많이 찾는다"며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반영된 제품으로 소파 '위더스 데코'와 거실장 '클라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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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