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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해치백 불구 안정감·묵직함 '이름값'
지난해 말 BMW가 1시리즈 해치백 모델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달 폭스바겐이 7세대 골프를 출시하더니 이번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더 뉴 A-클래스'를 국내로 들여왔다. 본격적인 유럽 해치백 소형차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특히 마지막 주자인 벤츠 A-클래스의 경우에는 앞선 타 브랜드 모델과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내세우기 위한 회심의 카드가 필요했을 터. 벤츠는 의외로 이 '작은 벤츠' 앞에 '프리미엄'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집어넣었다.
올 초 서울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A-클래스가 과연 벤츠의 프리미엄을 내세울 만한 가치를 지녔을지 시승을 통해 알아봤다.
먼저 A-클래스에 탑승해 서울스퀘어를 출발, 국도와 고속도로 및 다양한 와인딩 코스를 거쳐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까지 약 175km를 주행했다. 시승차는 A-클래스 200 CDI 스타일 모델(3860만원)로, 기본형(3490만원)과 최고급 200 CDI 나이트(4350만원) 사이의 주력 트림이다.
얼굴은 누가 봐도 벤츠임을 알아볼 수 있게 생겼다. 큼지막한 벤츠 엠블럼을 중앙에 박아놓은 라디에이터 그릴은 S클래스나 E클래스와 같은 '형님들' 못지않은 웅장함을 뽐낸다. 세단의 품격을 물씬 풍기는 전면부 외관과 달리 뒤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느낌은 확 반전된다. 전형적인 유럽 해치백 디자인을 통한 부드러움이 함께 전해진다.
실내는 꽤 심플하다. 기어 레버를 패들 시프트로 옮겨 공간을 최대한으로 살렸으며,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두 단조롭게 구성했다. 대신 시트 가죽 및 인테리어 마감재의 느낌을 고급스럽게 맞춰 벤츠의 프리미엄을 살렸다.
소형 해치백임에도 불구하고 차체의 안정감과 묵직함은 벤츠 특유의 느낌 그대로다. 직렬 4기통 1.8ℓ 직분사 터보 디젤을 얹은 덕분일까. 달리기 실력 역시 뛰어나다. 이 정도 차체 크기에선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주행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시속 100km를 넘어 한계속도까지 올라가면서도 흔들림이나 소음이 전혀 없었다.
인제 스피디움에 도착해선 18인치 휠을 장착한 나이트 모델과 번갈아 탑승하며 서킷 고속주행과 짐카나 경주, 택시 드라이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A-클래스를 체험했다.
직선구간이 짧고 코너와 헤어핀 구간이 많은 인제 서킷의 특성상 이곳에선 가속력보단 핸들링의 안정성과 브레이크 반응력에 집중했다. 급경사 내리막 코너구간에서도 쏠림현상 없이 서킷 노면에 딱 붙어 달리는 게 '과연 벤츠답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날 시승행사장에서 벤츠 관계자들은 연신 "폭스바겐 골프와는 경쟁모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A-클래스의 프리미엄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비 부문에서도 18㎞/ℓ로 골프와 비교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볼륨카는 아니지만 판매경쟁에서 기대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