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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글로벌시장에서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란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을 떠나 주식시장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가을 BoA메릴린치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위대한 전환(Great Rotation)'이라는 단어는 허덕이던 글로벌 증시에 한줄기 빛처럼 스며들었다.
그리고 이를 반영하듯 선진국 증시는 올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신흥국이다. 신흥시장의 대명사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는 올 들어 '죽'을 쑤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자금이동', 즉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이동이 일어나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뜻했던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최근 '이머징시장에서 선진국시장으로의 전반적인 자금이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 부활하는 선진국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만 놓고 본다면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말 1만3104.14로 마감한 다우존스지수는 지난 13일 1만5451.01로 마감, 올 한해동안 17.91% 급등한 상태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 기간 동안 22.02% 상승했고, S&P500지수 또한 18.79% 뛰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3대 증시 역시 강세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경기의 완만한 회복세가 전망되는 가운데 한동안 크게 인기를 끌었던 채권의 금리가 급등(채권값 하락)해 기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고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인식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주식형펀드에는 403억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6월 역대 최대인 691억달러가 빠져나간 데 이어 7월에도 211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선진국 주식형펀드에는 1677억92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194억달러가 유출됐던 지난해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3차 양적완화(QE3) 축소라는 예정된 이벤트는 분명 잘 나가는 선진국들의 발길을 주춤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단기적 조정요소로는 작용할 수 있지만, 장기 방향성을 훼손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3%에서 3.1%,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8%로 하향조정했다"며 "하지만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보다 높다는 점에서 IMF도 세계경기회복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OECD 경기선행지수를 볼 경우 지난해 9월 이후 점진적이지만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고 최근 들어 상승폭도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지수도 빠지고 돈도 안 들어가는 신흥국
잘 나가는 선진국과는 대조적으로 신흥국에게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Asia Non-Japan Fund)에서 올해 들어 3억9300만달러가 빠져 나갔다. 같은 기간 GEM펀드(글로벌이머징마켓펀드)에 105억5700만달러가 유입된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신흥시장이 버려진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펀드에 347억2600만달러가 유입됐고, 미국펀드에 1101억5800만달러가 들어온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시장의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지수만 봐도 이 같은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신흥시장의 대명사인 브릭스 증시는 모두 연초 대비 하락세다. 홍콩항셍지수와 러시아 RTS, 브라질 BOVESPA, 인도 SENSEX지수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동일하다. 국내증시(코스피) 또한 다르지 않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올해 3.66% 하락한 상태다.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신흥국에 대한 메리트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신흥국의 매력은 높은 성장성에 있는데, 이들은 전반적으로 글로벌시장의 장기불황으로 평균성장률이 하향조정되는 국면이다. 결국 장기자금이 들어오기 힘들다는 얘기다.
◆ 그레이트 로테이션, 허상인가 실제인가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대해서는 현재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오는 것은 맞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아예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씨티그룹의 한스 로레젠과 매트 킹 연구원은 지난 12일 보고서를 통해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허상이며, 그러한 자금이동은 마치 휴가를 가듯 본국을 떠나 해외로 고금리를 쫓는 자금일 뿐이라며 '그레이트 베케이션'(great vacation)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위 '핫머니'가 움직일 뿐이며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자금이동이 시작된 듯한 모습을 보이는 선진국시장과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신흥국시장에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먼저 올지, 아니면 양적완화 축소라는 불확실성이 먼저 올지 아직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