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오로지 '고기'에만 올인한 곳이 있다. 문턱이 높다는 삼성동 직장가에 떡하니 자리 잡았음에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직장인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집이다. 구이집인 만큼 고기 맛은 제대로 보장하고 더불어 통 크게 베풀 줄 아는 곳, '경천애인2237'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여느 구이집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테이블부터 의자, 하다못해 그릇들까지 요목조목 뜯어볼수록 넘치는 볼거리에 심심할 틈이 없다. 매장 가운데에는 깔끔하게 생긴 모양새의 빨간 갈빗대를 걸어놨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기의 선도는 말할 것 없이 믿음직스럽다.

고기의 품질부터 제대로다. 우선 30년 이상 경력의 한우 전문가가 전국 유명 한우 산지에서 '1+', '1++'등급의 최상급만을 선별한다. 이렇게 준비된 한우는 고객에게 제공되기까지 이곳만의 자체 숙성고에서 1.2℃의 온도를 유지하며 최소 21일간 저온 숙성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기의 풍미는 물론, 육질 또한 부드러워져 한층 더 수준 높은 고기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한우맛을 완벽하게 보여주기 위해 굽는 과정에도 제법 신경을 썼다. 원하는 한우메뉴를 선택하면 무쇠 불판을 이용해 구워주는데 몇달간의 트레이닝을 거친 전문서버가 담당한다. 우선 무쇠 불판이 올려지면 온도기로 정확한 온도를 측정한 뒤 적절한 상태에서 가위가 아닌 칼과 집게 만을 이용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는 것이 포인트다. 칼을 이용해 깔끔하게 썰기 때문에 육질의 손상도 최소화될뿐더러 고기의 육즙 역시 그대로 남아 씹는 맛을 높여준다.

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기본으로 제공되는 반찬도 제대로 묵힌 것들이다. 제주 청정무를 사용한 석박지나 1년여가량 숙성시킨 마늘장아찌 등은 고기와의 궁합이 환상이다.

구이와 곁들일 수 있는 소스도 세가지나 된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금은 전통방식으로 생산되는 토판염을 사용하며 몇가지 허브를 첨가해 제공한다. 고추장은 나름의 노하우를 발휘해 특유의 감칠맛이 느껴지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블루치즈스프레드는 여성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인기 소스다.

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후식이 생각나기 마련. 미나리 찹쌀 누룽지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후식 메뉴다. 고슬고슬 지어진 밥을 불판에 올리고 무쇠 누름판으로 꾹 눌러서 누룽지를 만든 뒤 맛깔나는 양념과 함께 미나리를 넣고 볶아준다. 쫀득쫀득한 식감과 함께 은은하게 퍼지는 미나리향이 느껴져 마무리로 제격이다.

오로지 고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주류는 일절 판매하지 않는다. 혹여 주당들이 아쉬워하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매장 내에서 판매만 되지 않을 뿐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주류든 반입이 가능한 배포 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직접 준비해온 주류는 별도의 세팅비가 붙지 않는다고 하니 회식장소로 더할 나위 없겠다.
 
위치 :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에서 선릉역방향으로 340m가량 직진하다가 우회전해 진입, 골목 초입 왼쪽 건물 3층에 위치
메뉴 : 런치 갈비탕 1만3800원, 육개장 8900원, 육회비빔밥 1만200원 / 디너 경애스페셜 1인분(160g) 3만6000원, 애인특안심 3만8500원, 경천등심 3만8500원, 미나리 찹쌀누룽지밥(중) 5200원
영업시간 : 11:30~22:30
전화 : 02-533-2237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