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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두의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과거 만두 가게에선 만두만 따로 팔거나 단순히 분식과 결합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다양한 메뉴들과 묶여 화려한 변신을 하고 있다.
만두가 아이들 간식이라는 말도 옛날 얘기. 볶음밥, 국수와 결합해 점심식사 아이템이 되는가 하면 오향장육, 오향족발 등과 묶여 주당들의 사랑을 받는 저녁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실제 유명 만두가게를 살펴보면 저마다 매력적인 서브 메뉴를 개발해 객단가를 높이고 있다.
작은 매장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것이 최근의 만두전문점이다. 하지만 경쟁력 있는 서브 메뉴 개발의 어려움과 높은 노동 강도는 성공 창업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서울 영등포 먹자골목 귀퉁이에 위치한 만두가게 <대문점>. 주변 상점이 썰렁해지는 평일 늦은 저녁 시간대에도 유독 이 가게만은 항상 만원을 이룬다. 테이블 7~8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허름한 가게이지만 유명세는 대형 외식 브랜드 못지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담 없이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도록 메뉴 콘셉트가 합리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물만두(小 4000원), 군만두(5000원), 오향장육(小 1만7000원)이다.
3명이 방문해 상기 메뉴에 소주 2병을 주문해도 3만2000원이면 충분하다. <대문점>은 맛있는 수제만두를 곁들여 술 한잔 하고 싶은 주당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가격까지 저렴하니 손님이 모여드는 건 당연지사다.
◇ 다양한 메뉴와 결합, 만두의 화려한 변신
만두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대표적 국민 간식이다. 명절 때 온 가족이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한 풍경이다.
비록 태생은 중국이지만 이미 한국화한, 한국의 전통 음식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반 음식점에선 객단가를 올려주는 사이드 메뉴로도 인기가 높다. 반면 만두를 메인 메뉴로 하는 시장수요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만두 자체만으론 한 끼 식사나 술안주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만두라고 하면 1000원짜리 길거리 만두나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를 연상한다. 아직까지 만두는 간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소비자 니즈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만두와 함께 식사와 술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만두 그 자체만으로 식사나 술안주가 되는 건 아니다. 대신 다양한 메뉴와 결합하며 약점을 보완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가게가 대박집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영등포 <대문점> 강정철 대표는 “만두와 오향장육, 오향족발을 묶어 파는 콘셉트는 과거 30~40년 전부터 쭉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부분의 가게가 하나씩 문을 닫는 와중에 우리 가게도 간신히 명맥만 유지해왔다. 하지만 6~7년 전부터 갑자기 고객이 몰리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전과 다른 뜨거운 반응은 소비자 니즈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중식 안주와 묶인 만두주점… 저렴한 가격 푸짐한 술자리
현재 만두시장은 만두와 타 메뉴를 묶는 복합화 과정을 겪고 있다. 객단가를 높이고자 하는 업주와 다양한 만두 콘셉트를 원하는 고객 니즈가 맞물린 결과다. 이제 고객은 만두에서 간식 그 이상의 의미를 원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술과의 결합이다.
원래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고기만두와 목 넘김 좋은 물만두, 고소한 군만두는 술을 부르는 음식이다. 여기에 오향장육·족발까지 묶으면 훌륭한 술안주가 된다. 특히 오향장육은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향으로 많은 주당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원가도 매우 저렴하다. 사태나 전지, 후지 부위를 사용해 1~2만원으로도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업주 입장에선 만두 2~3접시에 오향장육과 주류 판매까지 더해져 재미가 쏠쏠한 편이다. 이 경우 웬만한 밥집보다 훨씬 좋은 수익구조를 가진다. 고객 입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한상 푸짐하게 차려 술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 부담 없는 간단한 술자리에는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업소로 영등포 <대문점>과 <북창원>, 방학동 <수정궁>, 압구정동 <산동교자단>, 부산 <석기시대>, 인천 차이나타운 <원보> 등이 꼽힌다.
<수정궁>은 오향장육 소(小)자가 1만3000원이고 <석기시대>는 마늘 소스가 듬뿍 올라간 오향장육을 단돈 1만원에 판매한다. 차이나타운 <원보> 역시 동일 메뉴가 1만원에 불과하다.
한편, 연남동에 위치한 <하하>는 본격적인 만두주점을 표방한다. 피단두부, 돼지귀무침, 돼지내장무침 등 한국에선 맛보기 힘든 중식 메뉴 6가지를 4000원에 판매한다. 양도 푸짐해서 만두와 함께 소주나 고량주를 마시면 저렴하면서도 특별한 술자리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술과 만두를 함께할 수 있는 만두주점은 흔치 않다. 하지만 뛰어난 가성비를 앞세워 퇴근길 간단한 한잔을 원하는 소시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수류, 간단한 중식과 연결… 한 끼 식사로 ‘든든’
변화된 고객 니즈는 만두와 식사의 결합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항상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현대인에게 식사와 간식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두로 유입된 고객을 식사로 연결시킬 수 있는 메뉴 경쟁력이 요구된다.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셀링 포인트가 필요한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면류다. 만두+국수, 만두+쫄면, 만두+모밀국수는 간식과 식사가 혼합된 케이스로 이미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은 바 있다. 유명세를 떨친 수제만두에 끌려 방문했다가 국수까지 주문하게 되는 것.
특히 소비자 입장에선 각각의 메뉴가 저렴해 큰 가격 저항 없이 주문하게 된다. 원래 국수는 위에 부담이 적은 음식이다. 따라서 큰 고민 없이 추가 주문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아예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점심, 저녁 상관없이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분당 <그집>, 수원 <보영만두>, 인천 <청실홍실>, 성남 <돌마리>가 대표적이다.
간단한 중식도 만두와 시너지 효과가 높은 식사 메뉴다. 볶음밥, 잡채밥, 마파두부밥 등은 대중성과 고객 니즈가 높은 음식이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 재구매도 쉽게 이루어진다.
특히 별도의 조리기술과 주방 인력 없이도 쉽게 만들 수 있어 메리트가 높다. 만두와의 궁합도 잘 맞는 편. 사실 만두와 함께 먹어도 잘 어울리는 밥 종류를 찾기란 수월치 않다. 그나마 오래 전부터 함께 먹어왔던 중식 메뉴가 관성에 의한 소비로 이어지기 쉽다.
중식은 원재료비가 싸 수익성이 좋은 점도 강점이다. 여기에 만두까지 판매가 더해지면 수익은 더욱 올라간다. 보통 만두와 식사가 결합될 경우 1인당 객단가는 거의 1만원에 육박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점심식사 비용이 9000원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절대 나쁘지 않은 장사다.
다만 일반 중국집과 눈에 띄는 차별화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게 숙제다. 이를 위해선 고객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질 높은 수제만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