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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9일 김상헌 NHN 대표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 생태계 상생방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류승희 기자) |
'포털 독식' 규제 국감 방패용인가
네이버가 최근 줄줄이 쏟아내고 있는 '상생 실천' 보도자료에 '국감 방패용'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10월 국정감사 대비책으로 자사의 상생노력을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 만들기'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국감에 대형포털의 '검색 중립성'과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이슈가 포함될 가능성이 큰 만큼,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김상헌 대표의 국감 소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감 앞두고 '상생 실천' 월 8건 발표
정치권이 대형포털 규제입법 칼날을 벼르던 지난 7월, 네이버는 서둘러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방안'을 발표했으나 업계의 반응은 냉랭했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실종된 선언'이라는 것.
자사에 우호적이지 않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네이버는 지난 8월 초, 그간 부동산정보업체들의 고사를 야기한 주범으로 지목돼온 부동산 직접 사업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8월 말부터 현재까지 자사의 '상생실천'을 내세우는 보도자료를 줄줄이 쏟아냈다.
지난 8월27일과 29일 각각 <'네이버'-'배달의민족',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과 <네이버, CEO 직속의 상생 협력업무 전담조직 '네이버 파트너센터' 신설>을, 9월2, 4, 12, 24, 25, 27일에는 차례로 <네이버-스타일쉐어, 패션 콘텐츠 분야의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네이버 부동산, 공인중개사 위해 매물광고비 50% 인하>, <네이버, 중소 벤처와의 동반 성장 위해 '서비스 영향평가제' 도입>, <네이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상생 협력기구 설립 추진>, <네이버-김기사, 상생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네이버–소상공인연합회 창준위 상생 간담회 개최> 등을 배포했다.
네이버가 약 한달 간 8개의 '상생실천' 관련 자료를 배포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7월 개최한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상생방안' 이전까지 회사가 발표한 자료 중 이런 유형의 것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네이버-다음, 부동산정보유통산업 상생협력 위한 MOU 체결>(7월3일), <네이버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협력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비품 2종 지원>(4월15일), <네이버 부동산, 공인중개사 홈페이지 제작 지원>(1월31일) 등 3개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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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국감 방패용 아니다"
이러한 네이버의 행보에 대해 업계에선 시장 독식에 대한 사회적 질타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으나 '국감 방패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속내는 네이버가 더 잘 알겠지만 업계 해석은 이론의 여지 없이 국감을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라며 "공정위와 언론은 물론 여의도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으로부터 워낙 많은 질타를 받은 터라 속이 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중소기업 사업모델 탈취 등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골목상권 침해'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지난 6월13일부터 3주간 분당 NHN 본사에서 네이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국감에서 검색포털의 골목상권 침해 관련 이슈가 다뤄질 경우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이 일명 '네이버 규제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곳 이하 포털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3곳 중 시장점유율 10% 미만 사업자는 규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핵심.
이 법안은 검색뿐 아니라 부동산을 포함, 포털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단일 거래분야로 간주하고 있어 검색시장 점유율 76%(2012년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로서는 '규제 직격탄'을 맞게 된다.
그런가하면 미래창조과학부는 회사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가 달라지는 검색서비스 시장의 문제(검색 중립성 문제)를 파악하고 서비스 원칙과 관련 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인터넷검색서비스 제도개선 연구반'을 가동 중이다. 현재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국회입법조사처 발표)에는 '검색 중립성 논의와 규제 가능성'이 미래부 현안주제로 올라가 있는 상태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가 요즘 상생 관련 자료를 줄줄이 내고 있는데 상생을 위한 조직 설립을 추진하는 등 자사의 의지를 표현하는 수준이지 실효성을 운운할 만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부동산 매물광고비 50% 인하 발표의 경우 부동산 사업 매출 자체가 네이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포션이 워낙 낮아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며, 9월 들어 쏟아진 각종 업무협약 발표는 국감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보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자사의 상생 행보를 '국감 방패용'으로 절하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구체적인 국감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감 증인으로 누구를 세울 것인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국감에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우리 스스로 얘기하는 건 섣부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김상헌 대표, 국감장 가나?
업계는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국감 소환을 확신하는 눈치다. 업계의 한 임원은 "김상헌 대표 소환은 이미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월13일 소상공인연합회 창립준비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750만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수호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해진 의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약 10일 후인 9월24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상생협력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대표의 국감 증인 출석 가능성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김상헌 대표와 최세훈 다음 대표가 국감에 소환됐다"며 "정확한 건 모르겠지만 두 대표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인터넷정책자율기구 회장을 각각 맡고 있는 만큼 올해 그런 차원에서의 소환이 이뤄질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상헌 대표와 최세훈 대표는 지난해 문방위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 포털뉴스 서비스가 여론에 중립적이지 못하고 도리어 여론을 조작한다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