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박세연 기자

효성그룹 오너 일가가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최근 조석래(78) 회장이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자 재계에선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45)과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42)의 후계 대결 구도까지 짙어지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1970년대 한때 재계 5위 자리에 올랐으며 올해 4월 기준 25위를 지키고 있는 효성그룹이 '오너 리스크'로 인해 휘청이는 건 아닌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탈세 혐의' 조석래 회장…진실은

국세청은 지난 5월부터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오다 지난 1일 조 회장을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검토한 뒤 조 회장 소환조사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영향으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를 감추기 위해 10여년 동안 매년 일정금액씩 나눠 해소하는 식으로 1조원대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벌여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1990년대부터 보유한 주식을 타인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등 1000억원이 넘는 차명재산을 통해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에 이어 검찰까지 조 회장을 정조준한 것은 이미 예견됐다고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지난 9월 초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고 조 회장과 부회장, 상무 등 핵심경영진 2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특히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대목은 조 회장에 대한 검찰의 정조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세범칙조사는 일반 세무조사와 다르다. 조사를 받는 기관의 명백한 탈세 혐의가 드러났을 때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한 사법적 성격의 세무조사로 '세무사찰'이라고도 불린다.

조석래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조석래 회장(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제2의 CJ 사건'으로 치닫나

조 회장이 탈세 혐의로 도마 위에 오르자 재계는 '제2의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건'으로 빗대어 진단하고 있다.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아서다. 우선 국세청이 조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CJ그룹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가 배정받았다.

조 회장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재산을 불려 추가 탈루까지 한 혐의가 이재현 회장의 사례와 유사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앞서 조 회장은 해외 현지법인 명의로 국내 은행에서 수천만달러를 차입한 후 이를 1990년대 중반 조세회피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여해줬다. 이후 대여금을 매출채권으로 위장해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꾸며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는 이 자금으로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하기도 했고 이를 통해 얻은 양도차익을 해외에 다시 은닉하는 수법으로 수백억원의 세금도 포탈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CJ그룹이 케이블방송 등 미디어 분야에서 급성장해 정권의 특혜설이 끊이지 않았던 점과 효성그룹이 대통령 사돈 기업으로 특혜설에 휩싸인 점도 유사하다. 조 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삼녀 수연씨와 결혼했다.

재계 관계자는 "얼마 전 조 회장은 러시아 순방 후 베트남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로부터 사실상 거절당하면서 체면을 구겼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전경련 회장까지 맡았지만 박 정부에 들어와선 정해진 시나리오가 있는 듯 국세청과 검찰의 정조준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 현준·현상씨, 후계 싸움 '한창'

지난 5월 국세청이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고 지난 1일 조 회장이 출국금지 조치 및 횡령 혐의로 고발을 당할 때까지 조 회장의 두 아들은 후계경쟁을 벌여 내부갈등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장남 조현준 사장은 지난 8월 효성 주식 20만6804주를 장내에서 사들여 지분이 9.14%로 늘어나 2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 지분인 8.76%을 0.38%포인트 앞지른 것.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조 사장의 지분은 조 부사장보다 1.29%포인트가량 적었다.

조 부사장도 후계경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조 부사장은 차입을 확대하며 효성 지분을 7.90%에서 8.76%로 늘렸지만 결국 조 사장에게 2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문제는 두 형제가 지분경쟁을 했던 자금이 대부분 차입금이라는 점이다. 담보로 잡혀 있는 조 사장의 보유주식 비중은 90%대이며 조 부사장은 70%를 넘어선다.

조 회장이 탈세 혐의로 국세청과 검찰의 표적이 되고 장남과 삼남의 후계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자 두 아들에 대한 과거 검찰 기소 이력도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 2002년부터 2005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고급 부동산 여섯 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효성 아메리카로부터 약 6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조 부사장도 미국 하와이에 고급 콘도를 구입하면서 매입자금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은 바 있다.

한편 조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는 효성중공업 사장을 지내다 지난 3월 돌연 보유지분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조 변호사가 갑작스레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10여년 동안 이어졌던 후계자 경쟁은 3파전에서 2파전으로 좁혀졌고 후계경쟁에 가속이 붙었다.

하지만 조 변호사가 최근 그룹 계열사들을 상대로 잇단 소송을 내며 효성그룹의 내우에 일조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효성토요타 등 4개 회사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 ▲신동진과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의 이사 사임 등기절차 소송 ▲두미종합개발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과 명의개서 이행 청구 소송 등 효성 관련 3개 소송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조 변호사 측은 "이들 회사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 논란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며 "주주로서 경영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