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알고 마시는 '독배'?

필수 플랫폼 불구 수수료 출혈 커… '나쁘지 않을' 4분기 기대

올해 들어 모바일게임업체가 맥을 못추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데다 주가까지 변변치 못하다. 게다가 새롭게 선보인 게임들이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어려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온라인게임업체까지 모바일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모바일게임업체의 성장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해 4분기,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향후 매출 성장률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는 것. 이에 모바일게임업종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톡, 모바일게임업체에 독이 든 성배

모바일게임업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건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때부터다. 대표적인 모바일게임업체인 게임빌과 컴투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게임빌은 전년 동기대비 38.7% 감소한 35억원을, 컴투스는 69.1% 낮아진 20억2400만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 모두 증권사의 실적 추정치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실망을 안겨줬다.

특히 컴투스는 새롭게 선보인 모바일게임인 '골프스타'와 '9이닝:프로 베이스볼 2013'이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해외매출 비중이 1분기 22%에서 2분기 34%로 높아졌지만 이익 감소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게임빌의 주가는 지난 5월 13만원을 넘으며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4개월 후인 8월28일 5만3800원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가며 10월8일에는 5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컴투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17일 최고가인 5만9800원을 찍으며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 보였지만 실적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8월28일에는 2만5800원의 최저가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실적부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게임빌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7.7% 하락한 29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매출은 347% 증가한 223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컴투스의 영업이익도 81.4% 감소한 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게임업체가 매출실적이 개선됨에도 이익이 줄어드는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 '게임센터'의 영향력이 커진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톡 기반의 게임인 '애니팡'이 큰 흥행을 거두면서 카카오톡은 모바일게임업체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시장이 됐다.

하지만 카카오톡 측에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는 수익구조상 카카오톡을 통해 신규 게임을 출시하면 성공한다고 해도 큰 수익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컴투스가 선보인 신규 모바일게임 6종 중 4종은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됐다. 이에 같은 기간 컴투스가 카카오톡에 지불한 수수료도 직전분기보다 47.1% 증가했다.

신규게임 부진도 실적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임빌의 경우 지난 3분기 주요 신작 라인업인 카드가디언, 괴인럼블, 클레이랜드, 히어로마스터 등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30~4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치열해지는 경쟁…상장 잇달아

온라인게임업체의 모바일게임시장 진출과 유사기업의 주식시장 상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후 모바일게임 개발을 주력으로 전환한 회사는 위메이드, 조이맥스, CJ E&M, JCE, 액토즈소프트, 소프트맥스 등 상당수다. 여기에 비상장 업체들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은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와 '아이러브커피' 개발사인 파티게임즈도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중 선데이토즈는 하나그림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오는 11월5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선데이토즈는 올 하반기 '애니팡2'를 선보일 예정이다.

NHN에서 분할해 지난 8월29일 주식시장에 재상장된 웹게임 전문기업인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모바일게임에 주력할 방침을 내놓았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웹보드 게임 규제로 위기를 맞은 NHN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게임 개발 확대로 돌파구를 마련할 예정"이라며 "향후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희 애널리스트는 NHN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은 2012년 6.3%에서 올해 23.4%, 2014년 37.9%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듯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토종 모바일게임업체 두곳은 최근 인수합병을 결정했다. 바로 상반기 어려운 한때를 보낸 게임빌과 컴투스가 주인공이다. 지난 4일 게임빌은 컴투스를 7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3주간 실사 후 5주 이내 매매계약이 성사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부진을 겪었던 컴투스와 게임빌이 한솥밥을 먹게 되면서 모바일게임 개발 및 서비스 노하우 등 다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석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빌은 이번 지분 취득으로 컴투스의 강점인 여성 유저층과 350명의 개발 인력 확보에 성공하게 됐으며, 이는 게임빌의 취약점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14년부터는 지분법이익 40억원의 증감 효과가 발생해 당기순이익률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점진적 회복 기대

이제 시장의 관심은 모바일시장이 언제 다시 회복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일단 4분기는 상반기만큼 나쁘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업체들이 신규게임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실적개선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준규 부국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를 바닥으로 4분기 이후 신작 라인업이 강화되면서 신작모멘텀이 기대되는데다, 신규 플랫폼 진출에 따른 외형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60초짜리 가벼운 게임이 유행했다면 하반기부터는 시장의 관심이 다양한 장르의 게임으로 넘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와 모바일게임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안재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모바일게임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60초짜리 가벼운 게임의 유행이 이어지면서 개발인력이 많고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개발사와 중소 개발사의 개발력 차이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러나 4분기부터는 국내 모바일게임시장의 유행이 하드코어적이면서 라이프사이클이 긴 게임으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예상돼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모바일게임업체 위주의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안 애널리스트는 액토즈소프트가 지난해 말 내놓은 '밀리언아서'를 예로 들었다. 이 게임은 카카오톡에 연동되지 않았지만 출시 이후 큰 인기를 얻으면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중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지 하루만에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 무료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