뜸한 ELS 발행, 이유 알고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던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소식이 요즘 뜸해졌다. 발행이 본격적으로 줄기 시작한 건 지난 6월부터다. 그 이전까지 한달 평균 1450~1590건을 유지하던 ELS 발행이 6월 1330건으로 뚝 떨어졌다. 발행규모 역시 6월부터 3조원을 넘지 못했다.

이후 ELS 발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9월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처음으로 1000건 밑으로 하락한 957건이 발행된 것. 발행금액도 8월보다 668억원 줄어든 2조3662억원을 기록했다. 10월 들어 발행건수가 소폭 늘어나 지난 10월28일 기준 1100건을 기록하며 다시 1000건을 넘어섰지만 상반기에 비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ELS 발행건수 감소원인으로 'ELS 발행-조기상환-재투자'라는 선순환구조가 무너진 점을 가장 먼저 든다. 6월 이후 주가부진 등으로 조기상환 규모가 줄면서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ELS 발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김명진 예탁결제원 파생서비스팀장은 "주식시장의 정체로 조기상환이 지연되면서 재투자여력이 감소했다"면서 "국내외 시장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로 펀드와 주식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한 점도 ELS 발행이 줄어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9월 ELS 발행이 크게 감소한 이유 역시 조기상환 지연에서 찾는다. 여기에 동양그룹 사태로 ELS 상품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이 더해지면서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발행건수가 줄었다는 것이다.

김경호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영업팀 차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들이 ELS도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따라서 동양사태가 ELS 발행 감소와 전혀 연관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언급했다.

동양그룹 사태로 인한 동양증권의 ELS 중도환매가 재투자 감소를 야기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응호 애널리스트는 "상품구조에 의한 조기상환 발생이 아닌 중도환매를 통한 신청일 경우 해당자금이 시장을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ELS의 발행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동양증권의 ELS 중도상환 규모는 7월 74억원, 8월 98억원에서 동양사태가 발생한 9월 844억원으로 한달 새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동양사태가 ELS 발행에 직접적으로 미친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지혜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동양증권의 올해 누적 발행규모는 전체 13위인 2% 수준으로 동양증권에서 ELS를 발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 전체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의 제도 변경도 ELS 발행 감소에 원인으로 작용했다.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원금보장형 ELS가 파생결합사채로 분류, 상품명이 ELB(Equity-Linked Bond)로 변경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원금보장형 ELS를 ELB로 발행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 미숙으로 ELB 발행이 늦어지면서 결국 ELS 발행을 감소시키게 된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