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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칼로광장 |
멕시코 하면 떠오르는 것? 영화에서 담배를 물고 총 싸움을 하는 사람들, 한번에 털어 넣는 테킬라, 타코와 맥주…. 의외로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멕시코지만 역사나 문화에 대해 별다른 관심도 지식도 없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멕시코는 놀랄 일이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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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티우아칸 |
◆ 아메리카 대륙의 피라미드
이집트에만 있는 줄 알았던 피라미드가 멕시코에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북서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테오티우아칸(Teotihuacan)은 규모가 엄청나다. 이곳에서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태양의 피라미드’를 만날 수 있다. 높이 70m의 피라미드가 해발 2300m에 있으니 아마도 가장 하늘과 가까운 피라미드가 아닐까 싶다. 계단은 250개. 오를수록 가파르고 좁아진다. 꼭대기에 오르면 사람들은 하나같이 털썩 주저앉아 심호흡을 한다. 오르는 길이 힘들기도 하고, 이 놀라운 도시와 저 멀리 보이는 멕시코시티의 모습, 하늘과 구름을 보느라 넋을 놓게 된다.
‘테오티우아칸’ 이라는 이름은 아즈텍인들이 지었다. ‘신들의 도시’라는 뜻인데, 이런 도시를 사람이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으며 신들이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정말 이 도시를 기원전 200년부터 지었다는 것이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다. 이곳의 문명은 천년을 지속했고 전성기였던 AD 300~600년에는 약 20만의 인구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단한 문명에 대단한 유적이다.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와 다시 오르는 곳은 ‘달의 피라미드’다. 이곳 전체를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달의 피라미드에 오르면 앞으로 커다란 대로가 탁 트여 있고 길 옆으로 크고 작은 피라미드가 줄을 섰다. 어찌 보면 왼쪽으로 툭 튀어 나와 있는 태양의 피라미드가 조금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다. 아마도 달의 피라미드를 기원전 500년경에 지었다면 태양의 피라미드는 기원전 150년경 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달의 피라미드는 도시 계획 속에 있었을 테고, 태양의 피라미드는 후에 어떤 필요에 의해 만들어 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달의 피라미드는 짐작할 수 있는 분명한 용도가 있다. 이곳은 인간의 심장과 피를 바치던 제사의식을 주관하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저 멀리 케찰코아틀(Quetzalcoatl) 신전에서 달의 피라미드까지 4km에 이르는 대로를 ‘죽은 자의 길’이라 한다. 이 길을 통해 신에게 바칠 인간의 제물을 운반했다는 이야기와 길 옆에 왕의 분묘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멕시코는 ‘인신공양’의 풍습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16세기까지 지속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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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칼로 광장의 대성당 |
◆세계 최대의 도시 멕시코시티
멕시코시티에서 봐야 할 것은 야경이다. 2000만명이 거주하는 이 큰 도시를 볼 수 있는 곳은 라틴아메리카타워다. 그런데 멕시코 사람들은 44층짜리 이 타워를 세계 최고 높이라 한다. 이유는 멕시코시티의 해발 고도가 2000m가 넘기 때문이다. 높이로 말하자니 틀린 말도 아닌 이 애교 있는 주장에 크게 설득 당해 주기로 한다. 어쨌든 타워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반짝이는 불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낮에는 고대 도시의 규모에 놀라고, 밤에는 멕시코시티의 크기에 다시 한번 할 말을 잊는다.
멕시코시티의 중심은 소칼로(zocalo) 광장이다.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는 광장을 중심으로 대성당과 대통령궁 등 주요 기관이 밀집해 있다. 그런데 이 광장 아래에 아즈텍 문명이 잠들어 있다. 스페인이 멕시코를 정복했을 때 아즈텍의 도시를 묻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고 한다. 대성당 입구는 유리로 바닥 아래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이게 바로 잃어버린 아즈텍의 도시,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이다.
한편, 여행자들이 대통령궁에 가는 이유는 따로 있다. 민족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를 보기 위해서다. 이것은 단지 그림 감상뿐 아니라 멕시코 역사와 문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회랑을 따라 이어지는 그림에는 테오티우아칸의 모습부터 아즈텍, 마야 문명뿐 아니라 정복의 역사와 근현대사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부인이자 국민적인 화가인 ‘프리다 칼로’를 벽화 속 군중 속에 그려 넣은 것으로도 유명해 숨은그림찾기를 하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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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궁 디에고리베라 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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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인 축구경기의 골대 |
◆테오티우아칸의 감동을 다시 한번
유적을 보고 그 내용물까지 봐야 역사 기행의 완성일 터. 멕시코 국립인류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의 1층은 12개의 전시실에 멕시코 역사를 시대별로 분류해 놓았다. 때문에 피라미드 문명인 테오티우아칸, 마야문명, 사포텍 문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테오티우아칸이 너무 넓어 전체 모습을 짐작할 수 없었다면 이곳에서 정리된 디오라마를 확인할 수 있고, 고대인들의 신앙과 생활을 유물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재미있는 건 이들의 윤회사상과 옥수수에 대한 믿음이다. 그들은 식량이자 에너지의 근원인 옥수수를 귀히 여겼고, 지도자들은 옥수수 모양의 머리를 갖고자 뇌수술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들은 죽어서 옥수수로 태어날 것이라 믿었고, 인신공양의 재물이 되더라도 그것을 명예롭게 여겼다고 한다.
글쎄…. 이건 기록에 의한 이야기고, 산 사람의 심장을 도려내는 데 어찌 두렵고 무섭지 않았을까? 차크물(Chac-Mool)이 아무리 귀엽게 생겼기로 심장을 올려 놓았다는 쟁반이자 석상이 어찌 섬뜩하지 않을까? 이 밖에도 마야인의 축구 경기장이나 왕족의 데드마스크, 제사장의 치장품 등 많은 것들이 죽음과 공양에 관련된 것들이다.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보니 멕시코는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미지의 문명이 지역마다 놀랍고,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중남미 특유의 예술 작품, 또 다른 삶의 모습을 하고 있는 원주민 인디언…. 고정관념도 많았고, 더 이해하고 싶은 것도 많은 곳이다.
[여행 정보]
● 한국에서 멕시코시티 가는 법
한국에서 직항은 없으며, 일반적으로 LA나 캐나다를 경유해 입국한다.
● 멕시코 여행 정보
언어: 에스파냐어
통화: 페소(MXN)
종교: 카톨릭 82.7%, 기독교 5%
● 테오티우아칸
http://archaeology.la.asu.edu/teo
입장료: 57페소 / 월요일 휴무
가는 법: 메트로 5호선 - 북부터미널(Autobuses del Norte) 하차 - 북쪽터미널 Sala 7~8번 사이 버스회사에서 피라미드(Piramidas) 행 탑승 - 종점 하차
● 대통령궁
입장료: 무료(여권으로 신분확인 후 입장)
입장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
● 국립인류학박물관
입장료: 57페소 / 월요일 휴무
가는 법: 1호선(핑크색 라인) 차풀테펙(Chapultepec) 역에서 하차
< 음식 >
멕시코는 에스파냐어를 쓰기 때문에 그나마 영어가 익숙한 우리에게는 메뉴판이 상당히 낯설다. 돼지, 닭, 생선 등 간단한 재료명을 메모해 가면 음식 주문에 도움이 된다. 한편 패밀리 레스토랑 덕분에 타코, 퀘사디아, 맥주 등은 우리에게도 익숙하고 옥수수의 고소함과 매콤한 소스가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야슐레호스(le casa de los Azulejos): 아직도 파란 타일이 선명한 500년 된 건물이다. 멕시코시티의 명소이고 이곳에 대규모 레스토랑 체인인 Sanborns이 입점해 있다.
- 샌본(Sanborns): http://www.sanborns.com.mx/Paginas/Restaurante_Sanborns.aspx
코로나 맥주: 맥시코 어디를 가나 코로나 맥주 간판과 광고물을 단 식당을 만날 수 있다. 맥시코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이 맥주를 현지에선 저렴하게 마실 수 있다.
타코: 멕시코 사람들이 이른 아침이나 저녁 이후의 식사로 많이 먹고 길거리 음식으로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돈 2000~3000원이면 한끼 식사로도 양과 맛이 충분하다. 곳곳에 타코집이 많고, 소칼로 광장 주변에도 여러 노점상이 있다. 대통령궁 옆쪽으로 시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시장 구경을 하며 타코를 비롯한 멕시코의 서민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
< 숙소 >
멕시코시티는 도시의 규모가 큰 만큼 300여개의 다양한 숙소가 있다. 자신의 여행 일정과 규모에 맞춰 숙소 예약 사이트를 통해 몇 군데 검색 후 예약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호텔에 따라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가격 폭이 두배 이상 차이 나는 곳도 있으니 예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