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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베이커리업체 브리오슈 도레(사진=류승희 기자) |
프랑스 베이커리업체 '브리오슈 도레'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텔 1층에 국내 1호점을 냈다. 브리오슈 도레는 '폴'(Paul)과 함께 프랑스 내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제빵기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정도의 대형 제빵회사인 셈.
브리오슈 도레는 연매출 11억500만유로(1조6178억원, 2011년 기준)를 올리는 외식기업 '르 더프그룹'의 대표적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미 전세계 50여개 국가에 5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0년 내 80개의 지점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브리오슈 도레의 국내 진출을 지켜보는 국내 제빵업계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로 국내 1, 2위 제빵업체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사실상 출점이 제한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형 외식그룹인 브리오슈 도레가 한국에 발을 들일 수 있었던 것은 중소기업인 대우산업개발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영업권을 쥔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기준 상시근로자수 212명, 자본금 364억원으로 근로자수 300명에 미달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홍지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새누리당)은 "외국자본이 국내 중소기업과 손잡고 위장 중소기업 형태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대우산업개발의 제과점업 진출은 적합업종 대상이 되지 않고 이 부분에서 적합업종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소기업, 골목상권 등을 살리자는 취지의 법안이 마련됐지만 외국기업들은 이러한 법망을 빠져나가며 오히려 국내진출에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특히 동반위의 중기 적합업종 지정 권고로 대기업이 줄줄이 외식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반면 외국계 브랜드는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유통산업발전법에 근거해 출점에 제한을 받거나 의무휴업 등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외국계 대형마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편법 진출을 일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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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류승희 기자 |
◆ 해외 외식업체 "동반위, 땡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올해 2월, 동반위의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출점제한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업은 전년대비 2% 이내로 점포 신설을 제한하고, 인근 중소 제과점에서 500m 이내에는 출점을 자제할 방침이다. 중소형 빵집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번 브리오슈 도레의 진출에 대형 제빵회사 측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제빵업체 관계자는 "브리오슈 도레가 이제 1호점을 낸 거라 큰 의미가 없지만 문제는 이 같은 해외 브랜드가 계속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라며 "단적인 예로 싱가포르 브랜드인 브레드톡은 국내에 10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욱 점포수를 늘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네 빵집이 잘 되라고 만든 법안인데 이들 빵집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큰 영향력이 없다"며 "결국 국내 빵집은 막아놓고 엉뚱하게 외국계 기업이 들어오는 등 우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커리업계 뿐만이 아니다. 엉뚱한 상황은 외식업 전반에서 연출되고 있다. 동반위의 중기 적합업종 기준이 대기업에만 맞춰져 있다보니 국내 대기업은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반면, 해외 브랜드는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이다. 동반위는 상호출자제한기업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외식업 진출 시 역세권 100m 이내 및 2만㎡ 이상의 복합다중시설에만 입점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비해 외식전문 중견기업은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 있다. 결과적으로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놀부NBG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외국계 브랜드는 제약을 덜 받게 된 셈이다.
특히 국내 기업은 발목이 묶인 반면 스타벅스, 피자헛, KFC, 맥도날드 등 외국계브랜드는 아직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제재수단이 없어서다. 커피, 햄버거, 피자 업종을 대변하는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지난 9월부터 동반위에 이들 업종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진출자제 권고를 신청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해당 업종에 속한 외국브랜드가 많아 WTO, FTA 등 통상문제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복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 기획국장은 "(동반위 업종 신청에 대해) 미국 대사관과 경찰청 정보과에서 연락해오는 등 정부관계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스타벅스, 커피빈 등 해외 브랜드가 범람하는 바람에 수만명에 달하는 중소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통상 문제로 방안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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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SSM, 규제 피한 영업도 '극성'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대기업의 '변종 SSM'도 문제지만 여론에 꿈쩍않는 외국계 할인마트도 규제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전통시장에서 반경 1km 이내 출점금지, 월 2회 휴무, 24시간 영업금지 등의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부산, 경남지역에서 하나 둘 세력을 키우고 있는 일본계 SSM은 이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일본계 SSM인 '트라이얼마트'와 '바로마트'는 대형마트임에도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고수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의 기준이 면적 3000㎡ 이상이지만 이들 일본계 SSM은 3000㎡를 넘지 않으면서 법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일본계 SSM은 2010년 6개 매장에서 올 10월 현재 14개 매장으로, 3년간 2배 이상 늘어났다.
2005년 국내에 진출한 트라이얼마트는 일본에서 131개 점포를 운영하며 연간 약 3조67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2년 진출한 바로마트의 일본 본사 역시 매출이 4조7000억원을 넘는 대형 유통업체다.
엄태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실장은 "매장 면적에 따라 규제하다보니 해외 기업만 배불리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전체 회사의 규모를 면밀히 따져 법안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