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왼쪽)과 이화경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왼쪽)과 이화경 부회장.
오리온그룹 최대주주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오리온 등기이사직 사임을 놓고 책임회피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뒷말이 쏟아지고 있다. 회사 측은 이들 오너가 해외사업에 전념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사유로서 부족하다는 것이다.

담 회장은 지난 14일 오리온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이 부회장도 등기이사직을 내놨다.

오리온 측은 해외법인을 포함한 그룹 경영 총괄에 전념하기 위해 등기이사직 사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문 경영진의 의사 결정권 강화도 꾀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국내 경영은 실무 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오너는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담 회장은 대표이사 재직 당시에도 중국 출장이 잦았을 정도로 현지사업을 챙겨온 데다가, 이 부회장이 직접 견인하겠다는 베트남 사업은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라 급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오리온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고 경영에 따른 법적책임을 회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들 오너가 다른 계열사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등기이사는 사업 투자나 자산 처분 등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법적책임이 따른다.

앞서 담 회장은 지난 2011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고 지난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대기업 오너일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화된 상황이라 법적책임이 따르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담 회장과 이 부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한 담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나치게 높은 급여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담 회장은 지난해 오리온으로부터 매달 5억1761만원의 급여(건강보험 직장가입자 보수월액 기준)를 받았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겠다며 오너 등기이사에게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법적책임 회피를 위해 등기이사직만 내놓은 것일 뿐 최대주주 지위와 회장직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달라질 것이 없다”며 “등기이사직 사임은 명목상일뿐 여전히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이에 대해 오리온 관계자는 “오리온이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경영이 안정된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오리온과 달리 다른 계열사는 아직 오너 중심의 경영체제가 필요하기 때문에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