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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
체신부에서 통신부문이 분리돼 지난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설립된 KT는 2002년 민영화 기업으로 공식 출범한 뒤 2009년 한국통신프리텔(KTF)을 인수하며 유무선망을 합친 거대 통신사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근 '거인'이 흔들리고 있다. 위성 헐값 매각 논란부터 시작해 이석채 전 회장이 배임·횡령 등으로 사임을 택해 CEO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저하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주가도 연초 대비 6.76%(20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바닥없는 늪에 빠진 듯한 KT의 회생은 가능할까.
◆ 위성 헐값 매각 논란
최근 KT는 위성 매각 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10년 5월 무궁화 2호 위성을, 2011년에는 무궁화 3호 위성을 홍콩의 한 업체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음이 뒤늦게 드러난 것. 게다가 이듬해 7월에는 계약사실을 숨긴 채 무궁화 3호 위성에 대한 주파수 재할당 신청까지 했다.
KT는 1500억원이 투자된 무궁화 2호와 3019억원이 들어간 무궁화 3호를 각각 45억원, 5억3000만원에 매각했다. 무궁화 위성의 매수자인 톰 초이 ABS대표는 지난 3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무궁화 위성 매입은) 가격이 비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T는 설계수명이 이미 지났기 때문에 승인을 받는 대상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으며, 매각과정에서의 법과 절차 문제는 해석의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인공위성은 대외무역법상 수출이 제한된 전략물자다. 위성은 매각 시 산업통상자원부(당시 지식경제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전파법에 따라 미래창조과학부(당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러나 KT는 정부에 허가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위성의 제조국인 미국 정부로부터만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훼손 우려가 커지자 결국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났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외 34명의 주주들은 지난 11월8일 KT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남중수, 이용경 전 사장을 상대로 “KT에 끼친 손해를 책임지라”며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 개점휴업 빠진 KT…실적도 악화
지난 11월12일 이석채 회장의 사표가 KT 이사회에서 수리되며 표현명 T&C(텔레콤&컨버전스)부문 사장이 회장의 직무대리로 임명됐다.
이 회장이 갑작스레 사표를 내게 된 것은 지난 2월과 10월 초 KT를 운영하며 1000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 당했기 때문.
당시 제기된 것은 ▲KT 소유 부동산을 헐값에 매각하고 높은 임대료를 지급해 회사에 869억원대의 손실을 입힌 혐의 ▲콘텐츠업체 사이버 MBA 인수와 자회사 KT OIC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137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 ▲지하철광고사업 '스마트몰'사업을 불리한 조건 아래 계약을 추진해 회사에 60억원대 손실을 입힌 혐의 등이었다.
이후 검찰이 3차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KT의 계열사 운영에 정치권 인사가 관여한 정황을 포착했고 추가적인 배임 의혹 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이사회가 이 회장의 사임의사를 수용하며 새로운 CEO 선임절차에 나섰지만 11월 현재 KT의 계열사가 53개나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수많은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교체되는 등 내부적으로 인사태풍이 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내부로 전염되며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3분기 KT는 매출액이 5조7346억원으로 전년대비 7.1% 하락하고 전 분기대비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307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5.8% 늘었지만 전기대비로는 11.6% 줄어들었다.
물론 KT렌탈과 기타 자회사들의 영업이익 호조로 연결자회사 영업이익에서 1608억원을 기록하는 깜짝실적을 보여줬지만, 시장에서는 별도부문 영업이익이 1470억원으로 전년대비 32.8% 감소함에 따라 실적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원형운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7월말 영업정지로 인한 가입자 이탈과 광대역 네트워크 차별화 실패로 3분기 가입자수(알뜰폰 제외)가 24만명이나 감소했다"며 "3분기까지 무선부문 경쟁력 약화가 가입자의 양과 질을 모두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만 원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2배 프로모션 종료와 스마트폰 내 LTE 비중이 아직 가장 낮다는 점에서 향후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 개선폭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 바닥친 주가, 반등할까
바람 잘 날 없는 KT인 만큼 주가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11월 들어 20일선을 살펴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만 관측된다.
지난 11월1일 KT의 주가는 3만5200원(종가 기준)이었지만 20일 종가 기준으로 3만3100원을 기록, 13거래일간 총 5.97%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9%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시장대비 4%가 넘게 하락한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최근 주가를 끌어내린 주범으로 경쟁력 약화와 CEO 교체 리스크를 꼽는다. 하지만 부진했던 3분기를 지나 10월 들어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어 주가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1월19일 탐방속보를 통해 “유통채널 집중케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유통채널 경쟁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며 “지난 10월 순증 가입자수는 알뜰폰(MVNO) 포함 3만5000명이며 MVNO를 제외하면 1000명인데, 자체 가입자 증가는 지난 2012년 2월 이후 20개월만”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송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가지 측면에서 KT 주가는 바닥을 쳤다는 판단”이라며 “첫번째는 과거 사례를 볼 때 이미 CEO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며, 두번째는 밸류에이션이 저점에 도달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최악의 경우 기존 배당정책의 50%인 주당 1000원만 배당한다고 가정해도 시가배당률이 3.0%로 지난 2008년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가는 바닥을 지났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KT의 무선통신 경쟁력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다”며 “향후 이동통신 번호이동시장에서 품질 경쟁력으로 가입자의 순증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