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만에 신용등급 또 강등…포스코, 왜 이 지경까지
POSCO(이하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Baa2'로 기존보다 한단계 강등했다고 25일 밝혔다. 다만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0월에도 포스코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단계 강등시킨 바 있다.

Baa2는 위로부터 9번째로 높은 ‘저중등급’이다. 두 단계 아래인 Ba1 등급부터 ‘투자 부적격’(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이날 무디스는 포스코의 높은 부채 수준,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직면한 기업 기초여건상의 어려움 등을 반영해서 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포스코의 이익이 보통 수준이어서 가처분 현금흐름이 제약을 받고 있으며, 향후 1∼2년간 부채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채를 줄일 여력이 있는지도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향후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 놨다. 무디스는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을 내년 말까지 3.5배로 낮추겠다는 포스코의 계획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다만 내년 말까지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을 3.3~3.5배 아래로 유지하고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배율을 5.5~6.0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등급 상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영업이익 대비 부채비율이 4.3~4.5배를 넘어서고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4.0배 아래로 떨어지면 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부사장은 “포스코의 철강사업 부문의 수익성은 앞으로 2년 간 보통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 등급에 대한 이번 결정은 우리의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무디스가 포스코의 '수익성의 악화'를 문제 삼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철강기업인 포스코에 대체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일까.

◆ 악화되는 실적에 CEO리스크까지

시장에서는 이번 포스코의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악화되어가는 실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632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7%, 22.0%씩 감소한 15조1502억원, 564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부채비율도 여전히 높다. 2009년 50%대 중반이던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에 90.5%로 늘어났다가 3분기에 소폭 감소했지만 82.8%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철강업계를 둘러싼 공급과잉과 경기불황 이슈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5일 정준양 회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 사의를 표명하며 자칫 경영공백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큰 상태다. 지난 2002년 완전 민영화 이후 외부 인사가 포스코의 사장으로 선임된 적은 없었으나 최근 들어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온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포스코의 CEO선임은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에서 CEO 후보가 될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여기에서 선정된 후보가 주총을 통과하면 다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선임하게 된다.

내년 포스코 정기주총은 3월14일로 예정돼 있어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는 차기 CEO 후보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 증권사, 회복 가능성 여전히 점쳐

이처럼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호평만 가득하다.

김지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가 절감 능력을 기반으로 불황기에도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2013년을 바닥으로 2014년 실적 개선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4년 포스코 실적 개선 여부의 핵심은 원료가격 안정과 철강 가격 회복에 있다"면서 "현재 철광석, 석탄 가격은 각각 120달러, 140달러를 저점으로 소폭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철강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며, 이들 원료 가격이 급반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요 제품인 열연강판 가격도 550달러를 저점으로 완만히 회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포스코의 실적 개선에 대한 불확실성도 내년 춘절을 기점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2014년 포스코의 별도 영업이익은 2조6494억원, 연결 영업이익은 3조5273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승훈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은 철강업황 턴어라운드와 함께 포스코 역시 대장주로서 4년만에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12월은 이러한 포스코의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단기적으로도 업황의 반등이 시작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 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성수기인 9~10월에 철강가격이 상승하지 못했다"며 "이에 따라 중국 판재류 재고량은 지난 44년래 최저치 수준이고 봉형강류 유통 재고 역시 급격한 조정을 거쳤는데, 이는 가격이 조금이라도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대 이상의 큰 상승폭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업종 내 악재로 부각된 전기료 인상의 영향도 적다"면서 "포스코는 2012년 기준 매출액 대비 전기료 비중은 1.8%에 불과하고 필요 전기 중에 대부분을 자가 발전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당분간 어려운 업황이 이어져도 포스코가 한동안 버티는데는 문제가 없다. 기업의 당기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으로 지출된 금액을 제외하고 사내 축적한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인 사내유보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0대 그룹 가운데 사내유보율 2위로 3722%에 달한다. 이는 롯데그룹 7개사의 사내유보율 5123%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적다고는 볼수 없는 수치다.

포스코 7개사의 사내유보율은 2010년보다 342%포인트 상승했고 사내유보금도 37조3000억원에서 43조9000억원으로 17.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