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도 마찬가지다. 지난 3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금시세가 4년래 최저치인 16만6000원(3.75g, 부가세 별도)으로 폭락했다. 지난 2009년 11월2일 16만5550원이었던 금값은 2011년 9월22일 26만40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현재는 최고치 대비 41.03%나 떨어진 상태다.
◇금값, 하락하는 이유
최근 들어 금값이 폭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인도와 중국의 금수요가 감소한데다 미국달러가 강세를 띠고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은 낮아진다.
윤영교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000년대 가격 급등을 이끈 투기적 수요가 줄어들면서 최근 금값이 하락했다"며 "세계 최대 금 수요국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향후 외연적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고, 전 산업에 걸친 종합적인 투자증가율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날 여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글로벌시장에서 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투기적인 수요다. 일반적으로 중앙은행 포트폴리오, 골드바(Bar)나 동전, 보석과 같은 실수요가 있긴 하나 이들의 영향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4년 4.4% 정도였던 금의 투기부문 수요비중은 점차 상승해 2009년 17.3%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400달러(2004년) 내외였던 금 가격도 1180달러 수준까지 두배 이상 상승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까지 상승세를 나타냈던 금의 투기적 수요가 올해 들어 매분기 감소하는 양상"이라며 "특히 지난 2분기에는 비중이 -44% 감소하며 가격 급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언젠가는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 축소 우려가 불거지며 추세적인 약세가 이어졌고, 현재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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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잃어가는 금
내년에도 금에 대해 기대를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금에 대한 전망이 전반적으로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이원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 금가격은 현수준(1200달러대)의 약세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미국의 경기지표 호전과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매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3차 양적완화(QE3)의 출구시기가 지연되더라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금에 대한 투기수요가 쉽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지난 7월 프랑스 은행인 소시에떼 제네랄은 내년에 금값이 추가적으로 하락해 온스당 평균 115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내년 말까지 금값이 1050달러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상황이며, 글로벌투자은행 UBS는 내년 금의 목표가격을 온스당 1200달러로 제시했다. UBS는 "투자자 사이에서 금의 매도 움직임이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수심리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 투자가치는 여전
그렇다면 금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해야 할까. 최근 들어 금 가격이 떨어지며 국내에서는 오히려 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송종길 한국금거래소 이사는 "금값이 4~5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한 요즘 국내에서는 금융권을 통한 금 투자가 활발하다"며 "안전자산 선호현상과 절세효과가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저렴하게 금을 마련하자는 수요도 있지만, 세금을 줄이려는 이유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매매차익에 세금이 붙지 않는 골드바가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송 이사는 "이전에는 주로 VIP 고객들의 문의와 구매가 많았지만 요즘 들어 일반고객의 문의도 늘고 있다"면서 "문의뿐 아니라 실제로 구매하는 일반고객들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만큼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윤영교 이코노미스트는 "투기적 수요가 추가로 급격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수요국인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4분기 이후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12월 이후부터는 완만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석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달러강세 우려는 지나치며 중국과 인도의 탄탄한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의 경우 소득이 상승하면 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 금값 안정의 우군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