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사로잡는 강력한 외관 맵시
첫 느낌부터 강렬했다. 100m 밖에서부터 한눈에 쥬크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가까이서 맞이한 쥬크는 어느 곳 하나 평범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쥬크란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빠른 몸놀림으로 장애물을 피하며 전진한다는 뜻의 미식축구 용어에서 따온 것이다. 실제 쥬크의 외관 디자인은 미식축구의 단단한 러닝백을 연상케 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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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온 전조등과 커다란 휠 아치, V자 모양으로 길게 빠진 그릴 등 전체적으로 입체적이고 울룩불룩한 근육질의 몸매를 갖추고 있다. 운전석에서 보일 정도로 툭 올라온 눈썹 같은 2개의 램프는 헤드램프가 아니라 방향 지시등인 점이 또한 특이하다. 그 밑에 달린 원형의 램프가 진짜 헤드램프다.
여기에 후면은 닛산의 스포츠카 370Z와 유사한 부메랑 형태의 후미등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했으며, C필러에 감춰둔 도어핸들을 통해 쿠페의 맵시를 뽐낸다. SUV의 강인함과 스포츠카의 날렵함이 다부진 외관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괴상할 정도로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만하지만 적어도 도로 위에서 모두의 시선을 잡아끌기 충분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얼굴만 잘 생겼다? 속 들여다보니…
눈에 하트가 그려진 채로 문을 열자마자 흥분감은 금세 식어버렸다.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실내는 그만큼 간결하고 세련된 색채로 무장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간결을 넘어서 필요한 것들이 지나치게 생략됐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실내 마감재부터 실망스러웠다. 2000만원대 중후반의 가격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수동조절의 직물시트는 자리 위치 조정을 할 때부터 미간을 찌푸리게 했으며 착좌감 역시 다소 아쉬웠다.
시트 열선이 없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옆자리에 탄 동석자가 조수석 선바이저에 으레 달려있는 보조등조차 없다는 것을 확인했을 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수납공간 역시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생각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오디오 아래 작은 공간만 있을 뿐이며, 센터콘솔박스도 없다. 미적인 요소를 감안하면서도 수납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최근 업계의 트렌드와도 맞지 않다.
턱없이 좁은 2열 좌석과 트렁크도 아쉬움을 더했다. 성인 남성이 탑승하기에는 불편함을 초래할 정도로 좁았으며, 트렁크는 2열을 완전히 폴딩해야 레저 활동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선명한 화질의 8인치에 DMB 시스템을 지원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만족스러운 구성이다. 각각의 주행모드에 따라 주행거리 및 연료효율성 등 주행 관련 데이터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화면을 구성한 점에서도 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위트림에서만 해당하는 것일 뿐, 기본형은 오디오만 달린 채로 에어컨 공조기마저 수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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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뒤에 꼼수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서 또 다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든 것은 바로 엔진음. 순간 이 차가 디젤 차량이었나 하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
뿐만 아니다. 시승을 한 날은 유난히 안개가 극심하고 하늘이 어두웠는데 그 순간 안개등이 장착돼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물론 안개등이 의무적인 안전사양은 아니다. 하지만 안개가 끼는 날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부분의 차량에 탑재돼 출시되는 게 보통이다.
또한 시승을 마친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쥬크에는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도 장착돼 있지 않다. 올해부터 의무적으로 장착돼야 하는 안전사양이지만 수입차 유예기간에 따라 미장착 상태로 출시된 듯하다.
이쯤 되니 한국닛산 측에서 파격적이라고 밝힌 가격도 슬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쥬크의 판매가격은 S모델 2690만원, SV모델 2890만원이다.
도심과 고속도로에서의 가속력과 핸들링, 서스펜션의 반응 등은 무난했다. 4기통 1.6리터 직분사 터보 가솔린 엔진과 엑스트로닉 CVT(무단변속기)를 장착한 쥬크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치고 나가는 스피드는 훌륭하나 무단변속기 탓에 운전의 맛은 다소 떨어진다. 이를 커버하기 위해 상위트림 SV의 경우 ‘통합제어시스템’(I-CON system)을 적용해 드라이브 모드(노멀/스포츠/에코)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패들 시프트만큼은 아니지만 변화된 퍼포먼스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쥬크의 주행성능에서 단연 손꼽을만한 점은 바로 안정성이다. 단단한 서스펜션과 묵직한 핸들의 조화가 특히 곡선주로에서의 안정감을 더한다. 시승 중반부터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차체 쏠림 현상을 전혀 느낄 수 없었으며, 조향감도 훌륭했다.
당초 지난 2011년 센세이셔널한 판매돌풍을 일으킨 큐브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목적이었던 쥬크.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어본 바 화려하고 멋들어진 외관에 비해 실용적인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의 질책어린 시선을 감안해 현재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셜 에디션 모델이 새롭게 추가되거나 편의사양 업그레이드가 이뤄진다면 현재보단 향후 보다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