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류승희 기자
사진=류승희 기자


‘SUV 장인’ 랜드로버의 외도로 탄생한 레인지로버 이보크. 탄탄한 하체에 섹시한 허리라인까지, 특유의 '여색'(女色)이 흐르는 까닭일까. 이병헌의 부인이 된 배우 이민정을 비롯해 2NE1 산다라박, 카라 니콜 등 유명 여자연예인들의 애마로도 유명하다.

기존 랜드로버 브랜드는 물론, 타사 SUV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혁신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이보크를 체험하기 위해 시승한 차량은 2.0 가솔린 쿠페 모델이다.

여성에게 사랑받는 SUV, 이보크이기에 이번 시승은 특별히 본지 여기자와 함께 진행했다. 기자는 서울 시내구간을, 여기자는 강원도 속초에서 설악산을 경유하는 오프로드 코스를 주로 달렸다.

◆여자에게 오프로드 이보크란

먼저 오프로드 구간을 경험하고 돌아온 여기자는 차량에서 내리면서 매우 흡족한 표정을 보였다. ‘SUV-오프로드’ 조합은 마치 남성만의 전유물처럼 느껴왔는데 이번 이보크 시승을 통해 자신감과 더불어 흥미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시승차량인 '레인지로버 이보크 Si4 2.0 프레스티지'는 2.0리터 가솔린엔진에 패들시프트를 함께 쓸 수 있는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4.7kg·m의 성능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6초가 걸리며 최고속도는 시속 217km다.

강력한 성능과 함께 비포장도로에선 오프로드의 최강자다운 다양한 주행 안전장치로 거침없는 힘을 받혀 준다. 특히 ‘터레인리스폰드시스템’으로 주행 상황에 알맞게 일반, 눈길, 산길, 모래 등으로 서스펜션의 강성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도로 조건에 따라 서스펜션 상태를 최적화할 수 있어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안겨준다.

8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은 시선에 거슬림 없이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해 있어 여성 운전자의 원활한 시야확보를 돕는다. 자동 평형주차가 가능한 주차보조 기능은 보너스다.


오프로드 운전의 재미를 더하는 깨알 같은 요소도 충분하다. 파노라마선루프는 열리지는 않지만 뒷자리에서도 뻥 뚫린 개방감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넓게 자리 잡아 오픈카를 탄 듯한 느낌을 주고, 11개의 스피커로 380W의 출력을 내는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돼 웅장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트렁크는 자동 버튼을 눌러 열거나 닫을 수 있어 편리하다. 트렁크 용량은 575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1445리터까지도 늘어나 캠핑에도 적합한 수준이다.

사진=류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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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에게 도심 속 이보크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기존 랜드로버 브랜드와 다르게 온로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춘 콤팩트 SUV답게 시내에서도 세단 못지않은 주행의 안락함과 정숙함을 자랑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부드러운 가죽 재질의 세미 버킷형 시트가 몸을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SUV계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처럼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디자인은 고급스럽고 안정적이다.

다만 육중한 하체에 비해 상체 비율이 작은 이보크의 특성상 키가 큰 남성에게는 운전석과 시야확보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하지만 시트포지션을 최대로 낮추면 오히려 낮게 깔린 스포티한 주행감을 맛볼 수 있으니 참고하자. 또한 기어봉이 존재하지 않아 운전의 맛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운전대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일단 출발하면 속도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정숙함에 가장 먼저 놀란다. SUV라는 특성을 고려했을때 상대적으로 도심 속 승차감이 매우 만족스럽다. 그러면서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낮은 차체에 접지력까지 뛰어나 코너에서도 쏠림 없이 민첩하고 편안하게 운전을 즐길 수 있다.

레인지로버 역사상 가장 가볍고, 가장 효율적인 연비를 실현한 엔트리 모델갑게 리터당 9.4km라는 가솔린 SUV치고 준수한 연비를 자랑한다. 디젤 모델은 리터당 11.9km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남성과 여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2013년형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가격은 7450만~8980만원이다. 엔트리급 모델치고 다소 높은 가격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섹시하면서도 다재다능한 SUV임을 감안하면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