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를 구현하고 삼성전자의 성공경험을 계열사로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재편과 신성장 동력 확보 등 혁신을 선도할 인물을 중용했다."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지난 2일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면서 2014년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성공을 거둔 최고경영자(CEO)는 '영전'됐으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투입된 CEO도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전파하기 위해 금융권에 첫발을 내디딘 사장도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해당 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인물이 중용됐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에 선임된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들은 어떨까. 이들의 행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삼성 금융CEO의 특명 “굳히고 키우고 되찾고”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내정자

◆김창수 사장, 글로벌 보험사 만들까

삼성생명 사장으로 내정된 김창수 사장은 삼성화재에서 큰집인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영전'했다. 배정충 전 사장(1998년), 이수창 전 사장(2006년) 이후 세번째다.

김 사장이 삼성생명 CEO로 전격 이동하자 관련업계에서는 금융권 경력이 일천했던 그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내 맏형을 맡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삼성화재 사장직을 맡으면서 금융권에 처음 발을 디뎠다. 금융경력이 2년 밖에 되지 않는다.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김 사장이 삼성 금융계열사 맏형을 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성과'다. 삼성화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손해보험사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

그가 이끌던 삼성화재는 지난 8월31일 기준 국내 손보시장 점유율 26.3%를 기록, 2위와 차이를 10%포인트 이상 벌려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수성했으며 중국과 베트남 시장에 연착륙했다.

지난 5월에는 시장 성공보다 더 어렵다는 중국 내 자동차책임보험 사업인가를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아냈다. 이를 통해 상하이와 쑤저우에서 다이렉트(직판) 자동차 보험인 '삼성직소차험'(三星直銷車險)의 영업을 시작했다.
 
뿐만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외국계 중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삼성비나는 자동차보험과 에너지보험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은퇴시장과 해외 등 성장시장 공략을 가속화해 국내 1위를 넘어 초일류 보험사의 반열에 오르는 데 매진하도록 했다"고 김창수 사장의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있다. 같은 보험이라도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특징이 다르다는 게 이유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해외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의무보험' 성격이 강해 '삼성'이라는 브랜드로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며 "그러나 생보업은 외국계에 대한 일종의 거부감이 있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삼성 금융CEO의 특명 “굳히고 키우고 되찾고”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내정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안민수 사장, 자산운용 강화할까

삼성그룹은 김창수 사장의 후임으로 안민수 삼성생명 부사장을 선택했다. 삼성그룹은 안 부사장을 선택하면서 글로벌 손보사로서의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주문했다.

삼성그룹은 "안 사장은 2010년부터 삼성 금융사장단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금융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수립과 시행을 원활하게 지원해왔다"며 "앞으로 초우량 손해보험사로의 성장기반 구축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안 사장이 삼성화재를 초우량보험사로 키우기 위해 자산운용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사장이 '자산운용통'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 1982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안 사장은 1995년 삼성생명 융자지원담당 차장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담궜다. 이후 뉴욕투자법인장, 투자사업부장을 지냈고 자산포트폴리오(PF) 운용팀장(전무), 자산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 2010년부터는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을 지내는 등 수년간 자산운용에만 전념한 '자산운용통'이다.

이런 김 사장에게도 '약점'은 있다. 보험업의 핵심인 영업을 거치지 않은 점이다. 손보업계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가 꼭 영업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현장을 중시하는 업계 추세상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금융CEO의 특명 “굳히고 키우고 되찾고”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내정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원기찬 사장, 적재적소 인사배치로 1위 탈환?

이번 삼성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 중 사장 '쇼킹'한 것은 원기찬 삼성전자 부사장의 삼성카드 사장 낙점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삼성카드에 접목시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에서는 만년 2위인 삼성카드를 1위로 올리기 위해 원 사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카드는 신한카드에 밀려 업계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마저도 현대카드와 엎치락뒤치락하며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KB국민카드라는 막강한 추격자까지 생겼다. 더욱이 현재 카드환경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원 사장이 철저한 인사관리를 통해 위기상황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록 금융업 경력은 없지만 수년간 삼성전자라는 거대 글로벌기업의 인사를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원 사장이 금융업 경력은 없지만 적재적소의 인사배치를 통해 위기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수·안민수 서포팅할 임원진은?
 
삼성그룹은 사장단 인사 직후인 지난 5일,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서 승진한 임원진들은 김창수, 안민수 사장을 도울 예정이다.

구성훈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전무)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구 부사장은 삼성화재로 옮긴 안민수 사장의 뒤를 잇는 '자산운용통'이다.

김연길 삼성화재 부사장은 '영업통'으로 불린다. 퇴직연금사업부장과 지방영업총괄, 부산대구본부장 등을 거쳤다.
 
함께 승진한 김정철 부사장 역시 기업영업3사업부장, 기업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영업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특히 김 부사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두루 거쳐 '보험통'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