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환경은 점점 안 좋아지는데, 감시기구는 계속 늘고 있어요. 물론 은행들이 잘못하면 혼나야죠. 그런데 지금은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 해서 마음 놓고 영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가다가는 수익성 하락에 대규모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 인사부의 한 고위임원)

금융권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 기조로 수익은 점점 쪼그라드는데, 관리·감독기구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관이 내년 6월 설립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이다. 금소원은 금융감독원의 기능 중 소비자보호 기능을 독립시켜 보호업무를 직접적으로 전담하는 기관이다. 금소원이 출범하면 금감원과는 별도의 검사권과 제재권을 갖게 된다. 주로 '영업행위규제'와 '소비자피해구제'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층층시하에 '금소원'까지…'한숨'만 나오는 금융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따라서 내년부터 금소원이 본격 출범하게 되면 금감원은 '건전성 규제'를, 금소원은 '영업행위규제'에 초점을 둬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대상은 은행은 물론 보험사과 카드사, 캐피탈 등 전 금융권이다.

당연히 금융사들은 달가울 리 없다. 금융권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주요 공공기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국회 감사도 받는다.

금융사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비용증가와 중복규제다. 금소원 예산은 금감원처럼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회사의 감독분담금으로 조달된다. 따라서 새로 설립될 경우 금융사들이 매년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독기관의 중복·과잉규제 가능성도 점쳐진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 있는 감독기관도 버거운데 내년부터 무서운 감독기관을 또 챙겨야 할 판"이라며 "영업환경은 악화되고 있는데 사회적 책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들이 기를 펼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감시체제의 민간단체도 늘고 있다. 현재 민간기구는 2001년 설립된 금융소비자연맹과 지난해 7월 구성된 금융소비자원 두곳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 11월에는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7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뭉쳐 금융소비자네트워크를 발족했다. 모두 소비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한 기구이지만 금융사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자 권익보호가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차피 모두 금융위 산하기관이라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금융사들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으면 된다"고 일축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