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은 이렇다. 유명 백화점에 납품되는 더치커피와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더치커피를 조사했더니 기준치의 수 백배가 넘는 세균과 있어서는 안 되는 대장균까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더치커피를 생산하는 비위생적인 작업장을 담은 사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더치커피를 혐오하게 했다. 나 역시 커피를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척 아팠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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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치커피 모습 (제공=구대회 커피테이너) |
더치커피는 식품위생법상 액상커피로 분류되며,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는 1년에 두 차례 해당연구기관에 의뢰해 자가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내용은 카페인의 함량, 납, 세균 수, 대장균의 검출유무다. 당연한 얘기지만 납과 대장균은 절대 검출되어서는 안 되며, 세균 수는 100 이하(ml당)여야 한다. 검사결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할 시·군 구청 위생과 그리고 해당업체에 통보된다.
만약 검사결과가 허용치를 초과하는 경우 해당업체는 일정기간 동안 영업정지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자가품질검사에서 이상이 없어야만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자가품질검사를 통과한 업체가 단속에 적발된 것일까? 더치커피는 분말의 커피가루를 상온의 대기압에서 장시간(3시간 이상) 추출한 것인데, 일부 업체는 추출한 커피를 고온에서 살균해 검사를 받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더치커피를 파스퇴르 멸균법 등으로 고온에서 살균하면 전과는 완전 다른 맛이 된다. 한 마디로 더치커피 특유의 풍미는 사라지고, 무미 건조한 커피가 되고 만다.
그래서 유통을 할 때는 맛의 손실을 피하기 위해 상온에서 추출한 커피를 사용하고, 검사를 받을 때는 살균한 커피를 피검연구기관에 보낸다. 이것을 막을 만한 법적 장치는 없다.
말 그대로 자가품질검사이기 때문이다. 만드는 사람의 양심에 맡기거나, 관할 시·군 구청의 단속에 의지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지난 해와 같은 사건은 반복해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간혹 더치커피에는 카페인이 없다는 분들이 있다. 실제 검사를 해보면, 더치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 원액(30ml 기준)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약 30~40%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
다만 더치커피가 여타의 커피보다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은 추출과 저장과정에서 숙성되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를 겉절이 김치라고 한다면, 더치커피는 김장김치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더치커피는 보관에 문제가 없다면 추출 후 두 달 이상 맛의 변화를 느끼면서(마치 김장김치의 맛의 변화처럼) 맛있는 커피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 핸드 드립 등 다른 추출 커피와는 달리 추출 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독으로 돌아온다.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어느 유명 정치 컬럼니스트가 모 까페에 가서 따뜻한 더치커피를 주문했다가 “더치커피는 차갑게만 됩니다”라는 직원의 가르침에 하는 수 없이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는 일화를 글로 읽었다.
더치커피는 차갑게만 마셔야 한다는 편견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뿌리 깊이 박혀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상당수의 까페는 더치커피를 여름 메뉴로만 생각하고, 찬 바람이 불면 아예 주문 자체를 받지 않고 있다.
물론 더치커피는 무더운 여름에 얼음이나 차가운 물과 희석해 마셨을 때 아이스 아메리카노와는 또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따뜻한 더치커피를 마셔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치커피가 따뜻한 물과 만났을 때 드러내는 구수하고 부드러우며 은은한 커피향의 풍미를 말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 밤이면 뜨거운 물에 더치커피를 연하게 희석해 마시면 좋다. 카페인의 함량이 적어 수면방해도 덜하고, 특히 강배전한 커피로 추출한 더치커피의 경우 마치 어릴 적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숭늉과 같은 맛이 느껴진다.
바라기는 앞으로 더치커피가 까페 메뉴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나를 포함한 더치커피 제조업자들이 커피를 만들 때 자기 가족이 마시는 음식이라 생각하고, 맛은 물론이고 위생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