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최대 기대작으로 꼽히는 <로보캅>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87년 폴 버호벤 감독이 <로보캅>을 선보인 이후 27년 만의 부활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로보캅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슈트의 변신이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 보면 묵직하고 다소 갑갑해 보이는 은빛 슈트가 온갖 신무기를 장착한 올 블랙 하이테크 슈트로 바뀌었다.

당시 기계화된 인간을 딱딱한 강철 슈트로 이미지화했다면 이번엔 수려한 복근과 자잘한 근육까지 다 보이는 부드러운 느낌의 슈트를 내세웠다. 이유가 뭘까. 영화 속에서는 더 위압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바꿨다는 언급이 잠깐 나오는데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로보캅의 핵심은 기계화된 인간이 스스로 인간성을 자각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기계가 몸은 통제할 수 있어도 정신은 통제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한층 부드럽고 인간적인 이미지의 슈트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혹자는 배트맨과 아이언맨을 적절히 섞어놓은 슈트라고 놀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민영경찰 '로보캅', 국내와 오버랩…'파티' 끝난 공기업에 주목

2014년 작 로보캅은 슈트의 변화를 제외하곤 원작과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리메이크 작품이니만큼 충실하게 원작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다. 원작의 스토리를 잠깐 살펴보자면 범죄율이 극심하던 디트로이트시. 범죄 집단에 비해 약한 경찰이 계속 밀리기만 하자 디트로이트시는 다국적 방위산업체인 옴니코프사에 지역 경찰 운영권을 맡기게 된다.

이에 옴니코프사는 반인반로(반은 인간, 반은 로봇)를 개발하게 되고 마침 영화 속 주인공인 경찰관 머피가 순직하자 그를 최첨단 사이보그 경찰로 만들어버린다. 머피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결국은 악당을 섬멸하는 영웅으로 그려지고, 관객은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에 열광했다. 그러나 영리한 폴 버호벤 감독은 <로보캅>을 단순한 히어로 영화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로보캅> 이면에 숨어있는 시대적 코드를 읽어보자. 당시 미국과 영국은 각각 레이건 대통령과 대처 수상이 집권했고 공공사업의 민영화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던 시기였다.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레이건 대통령의 정책은 한마디로 작은 정부와 부채감소, 공기업 혁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영국의 대처 수상 또한 집권 시기에 브리티시항공, 브리티시석유, 브리티시텔레콤, 시링크훼리 등 수많은 기존 공기업을 과감히 민영화시켰다.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민영화 바람이 불던 시기에 폴 버호벤 감독은 치안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공권력, 경찰을 민영화시키는 영화 <로보캅>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결말을 떠올려보면 감독의 의도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로보캅은 먹지도 자지도 않고 막강한 파워로 악당을 물리치지만 결국은 입력된 명령만을 수행하는 기계에서 벗어나 자신은 인간이었음을 깨달으면서 막을 내린다. 효율성과 합리성으로 대표되는 신자본주의의 끝이 모두가 기대하는 것처럼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민영경찰 '로보캅', 국내와 오버랩…'파티' 끝난 공기업에 주목

서구사회에서는 1980년대부터 논란이 일었던 민영화 문제가 작년 연말부터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철도에 이어 최근엔 의료계가 시끄럽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당국의 시각은 단호하다.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공기업의 '파티는 끝났다'는 것이다. 방만한 경영이 있었다면 조치하라는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사업 분야, 가격정책이 있었다면 해결하라는 것이다. 또 필요없는 부동산이라도 팔아서 부채를 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올바른 방식으로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정책의 핵심에는 휴머니즘, 즉 인간다움을 존중하는 태도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마디로 올해에는 공기업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공기업이든 기업이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이익을 창출해야 하고, 불필요한 자산은 매각해서 자산구조를 쿨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상품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 수도 있지만 큰 그림에서 봤을 때 합리적인 공기업 운영은 기업과 국가,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현재 상장돼 있는 대표적인 공기업은 KT와 한국전력 등이다. KT는 신임 황창규 회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고배당의 매력이 떨어진 단점이 있다. 한국전력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전력요금이 문제지만 이 역시 비정상적인 영업구조에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다.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트리플플러스 대표 이승원의 주식 매매기법
 공기업의 배당성향에 주목하자
 
38개의 공공기관이 인건비 감축, 민간자본 유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 중 눈에 띄는 곳은 단연 한국전력이다.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 요금체계 개편과 함께 2조원에 달하는 삼성동 본사 부지, 경남지사 부지 매각 등을 시작으로 부채감축을 시작한다. 이로 인해 올해는 배당여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은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투자포인트로 부각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배당보단 성장을 위한 재투자에 신경을 써왔다. 그러다보니 배당금이 적었고 이에 배당투자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가 시작되는 현시점에서 배당은 자산배분의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최근 삼성전자도 0.5% 수준에 불과하던 배당수익률을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 역시 주식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의 2.6%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3%대의 경제성장률, 2%대의 예금금리라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공기업 정상화정책 이후 재무제표가 클린화 된 공기업들이 꾸준한 배당수익률을 기록할 수만 있다면 고령화가 되어가는 베이비부머에겐 매력적인 자산배분처가 될 것이다. 또한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록하는 기업일수록 국내 밸류에이션이 아닌 글로벌 탑 수준의 기업들에게 적용되는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도 있다. 투자자들이여, 이제부터라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기업을 주목해보자.
 
민영경찰 '로보캅', 국내와 오버랩…'파티' 끝난 공기업에 주목

<로보캅> 빅데이터 분석
 
영화 <로보캅>을 동부증권의 빅데이터 분석툴인 DOMA로 확인해봤다. <로보캅>을 통해 일약 할리우드 유명감독으로 발돋움한 폴 버호벤 감독, 그리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원초적 본능>이 같이 검색된 점이 흥미롭다. <로보캅>을 경찰조직의 민영화로 해석하는 시각도 의외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공기업의 구조조정 관련 주식으로 한국전력이 같이 보이는 것은 증권사의 빅데이터 분석툴을 활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으로 보는 [이항영의 빅머니] '로보캅' 편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