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4일 발효된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가맹사업법) 시행령을 두고 편의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24시간 영업을 하던 가맹점주가 심야영업 축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개정된 시행령의 골자다. 법안대로라면 오전 1시~6시의 영업비용이 매출액보다 높은 경우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심야영업을 강제할 수 없다.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곳은 지난해 가맹점주 자살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CU편의점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지난 1월부터 편의점 가맹계약을 18시간과 24시간 중 가맹점주가 선택하도록 하는 '신가맹형태'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부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협박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거세다. 앞에서는 법에 순응하는 척하지만 뒤로는 가맹점에 대해 은근슬쩍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법안을 공표하고 시행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영업시간 단축을 신청한 건수는 저조하다. 지난 2월20일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대형 편의점을 따져도 2만개에 달하는 편의점 가맹점 중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대다수 편의점들이 심야영업 단축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야영업 단축을 두고 벌어진 쟁점을 짚어봤다.
◆쟁점1> 심야영업 안하면 각종 지원금 끊는다?
달라진 편의점법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가맹점주가 24시간 계약을 철회할 경우 본사가 지급했던 각종 지원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주와 계약할 당시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하는 대가로 가맹점주에게 전기세 50%, 최저보장금, 개점 장려금 등을 지원해왔다.
여기서 전기세 지원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조건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철회한다면 이 지원금은 철회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다. 문제는 최저보장금 등 24시간 영업과 관계없는 조항들이다. 이는 24시간 영업을 철회하려는 가맹점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CU편의점은 일단 심야영업 단축을 희망하는 가맹점주들에게도 기존의 지원금을 모두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수의 편의점주에 따르면 개정 시행일인 지난 2월14일을 며칠 앞두고 본사 영업사원으로부터 계약을 철회하면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맹점주는 "영업사원들이 찾아와 최저보장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지급한 최저보장금마저 잔여기간을 따져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법이 바뀌어도 결국 24시간 영업을 강제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보장금이란 본사가 제시한 매출액에 미달할 경우 그 금액만큼 본사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최저보장금이 500만원인데 가맹점의 순이익이 250만원에 불과할 경우 남은 250만원을 본사가 지원해주게 된다. 가맹점주는 이 지원금에서 임대료, 영업비용, 인건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제한 나머지를 자기 몫으로 받게 된다. 물론 최저지원금을 받더라도 임대료가 비싸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가맹점주는 "회사 측은 시행령 이후에 바뀐 것이 없고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심야영업을 안하겠다는 신청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는데 회사 측은 각종 핑계를 대며 지원금을 없애겠다고 회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심야시간 영업 적자에 대한 계산 역시 잣대가 모호하다. 오명석 세븐일레븐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가맹사업 개정안에는 적자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법안 그대로라면 가맹점주는 단 1만원이라도 이익을 낼 경우 심야시간에도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 가맹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으로 법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은 "전기세 부분은 영업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가맹계약서에서 24시간 영업을 강제하는 등 우회적인 수단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쟁점2> 24시간 편의점 업계 '혼동'
편의점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단 5시간의 영업 공백이지만 잃는 것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24시간 영업에 대한 통일성이 결여돼 전반적인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편의점=항상 문이 열린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같은 공식이 앞으로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가 격주 일요일마다 영업을 하지 않는데 조사 결과 영업을 하는 일요일에도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로서는 마트가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아예 마트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역시 이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도 24시간 영업에 맞춰져 있어 물류 배송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편의점은 하루에 3번 물류배송을 하며 새벽 시간대 배송이 한차례 이뤄졌지만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가맹점이 생기면 물류체계 전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류차 한대는 통상 십여군데의 가맹점을 돌며 배송을 진행한다. 그중 한곳이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한 곳만을 위해 따로 배송팀을 꾸려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이다.
물론 개정안으로 인해 빚어진 이같은 상황은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가맹점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려온 본사 측의 책임이 크다. 편의점의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가 경쟁적으로 가맹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예상매출액을 허위로 제공한 관행도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24시간 영업 자율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불공정한 계약관행부터 해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입장에서도 24시간 영업으로 업태를 지켜가려면 점주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밤새 영업해서 수익이 나오는 점포는 굳이 단축영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곳은 지난해 가맹점주 자살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CU편의점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지난 1월부터 편의점 가맹계약을 18시간과 24시간 중 가맹점주가 선택하도록 하는 '신가맹형태'를 선보였다.
하지만 일부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을 대상으로 협박행위를 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거세다. 앞에서는 법에 순응하는 척하지만 뒤로는 가맹점에 대해 은근슬쩍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 |
사진=머니위크 류승희 기자 |
실제로 법안을 공표하고 시행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영업시간 단축을 신청한 건수는 저조하다. 지난 2월20일 현재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대형 편의점을 따져도 2만개에 달하는 편의점 가맹점 중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대다수 편의점들이 심야영업 단축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는 등 가맹사업법 시행령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야영업 단축을 두고 벌어진 쟁점을 짚어봤다.
◆쟁점1> 심야영업 안하면 각종 지원금 끊는다?
달라진 편의점법에서 가장 큰 쟁점은 가맹점주가 24시간 계약을 철회할 경우 본사가 지급했던 각종 지원금도 주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주와 계약할 당시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을 하는 대가로 가맹점주에게 전기세 50%, 최저보장금, 개점 장려금 등을 지원해왔다.
여기서 전기세 지원은 24시간 영업을 하는 조건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24시간 영업을 철회한다면 이 지원금은 철회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다. 문제는 최저보장금 등 24시간 영업과 관계없는 조항들이다. 이는 24시간 영업을 철회하려는 가맹점주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CU편의점은 일단 심야영업 단축을 희망하는 가맹점주들에게도 기존의 지원금을 모두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수의 편의점주에 따르면 개정 시행일인 지난 2월14일을 며칠 앞두고 본사 영업사원으로부터 계약을 철회하면 불이익이 따를 것이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맹점주는 "영업사원들이 찾아와 최저보장금을 지급하지 않고, 선지급한 최저보장금마저 잔여기간을 따져 환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법이 바뀌어도 결국 24시간 영업을 강제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보장금이란 본사가 제시한 매출액에 미달할 경우 그 금액만큼 본사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최저보장금이 500만원인데 가맹점의 순이익이 250만원에 불과할 경우 남은 250만원을 본사가 지원해주게 된다. 가맹점주는 이 지원금에서 임대료, 영업비용, 인건비 등 각종 부대비용을 제한 나머지를 자기 몫으로 받게 된다. 물론 최저지원금을 받더라도 임대료가 비싸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가맹점주는 "회사 측은 시행령 이후에 바뀐 것이 없고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심야영업을 안하겠다는 신청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는데 회사 측은 각종 핑계를 대며 지원금을 없애겠다고 회신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심야시간 영업 적자에 대한 계산 역시 잣대가 모호하다. 오명석 세븐일레븐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가맹사업 개정안에는 적자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법안 그대로라면 가맹점주는 단 1만원이라도 이익을 낼 경우 심야시간에도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 가맹점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으로 법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원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장은 "전기세 부분은 영업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면서도 "가맹계약서에서 24시간 영업을 강제하는 등 우회적인 수단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쟁점2> 24시간 편의점 업계 '혼동'
편의점 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단 5시간의 영업 공백이지만 잃는 것은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24시간 영업에 대한 통일성이 결여돼 전반적인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 '편의점=항상 문이 열린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그같은 공식이 앞으로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가 격주 일요일마다 영업을 하지 않는데 조사 결과 영업을 하는 일요일에도 매출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소비자로서는 마트가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아예 마트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편의점 역시 이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도 24시간 영업에 맞춰져 있어 물류 배송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편의점은 하루에 3번 물류배송을 하며 새벽 시간대 배송이 한차례 이뤄졌지만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가맹점이 생기면 물류체계 전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물류차 한대는 통상 십여군데의 가맹점을 돌며 배송을 진행한다. 그중 한곳이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한 곳만을 위해 따로 배송팀을 꾸려야 한다.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이다.
물론 개정안으로 인해 빚어진 이같은 상황은 계약을 철회하겠다는 가맹점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려온 본사 측의 책임이 크다. 편의점의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가 경쟁적으로 가맹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예상매출액을 허위로 제공한 관행도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24시간 영업 자율화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불공정한 계약관행부터 해소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 입장에서도 24시간 영업으로 업태를 지켜가려면 점주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밤새 영업해서 수익이 나오는 점포는 굳이 단축영업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U편의점 '신가맹형태'가 대안?
업계 1위 CU편의점은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신규가맹점에 한해 '신가맹형태'를 선보였다. 기존 가맹점은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 시 신가맹형태로 계약할 수 있다. 신가맹형태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시간에서 점주의 선택을 높이고, 수익분담 비율을 65:35에서 최대 80:20으로 바꿔 가맹점주의 수익을 높인 점이다. 대신 전기료나 간편식품 폐기 지원 등을 없앴다. 장려금을 수익배분에 포함시켜 단순화한 것이다.
물론 80%까지 높아진 이익배분율을 적용받으려면 점주의 투자비용이 높아진다. 일종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또 영업시간 역시 18시간과 24시간 중 선택하도록 했지만 24시간 영업에 이익배분율을 더 높게 책정하는 등 차별을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가맹점주와 맺은 계약 내용보다는 진일보한 가맹계약이라는 평이다.
CU편의점 관계자는 "계약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으로 기존 계약처럼 다양한 지원금은 점주들에게 돌아가지 않지만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구가맹형태보다 점주가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며 "달라진 가맹계약의 가장 큰 취지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 하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하는 것이 아닌 점주의 선택의 폭을 넓힌 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1위 CU편의점은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월부터 신규가맹점에 한해 '신가맹형태'를 선보였다. 기존 가맹점은 계약기간 만료 후 재계약 시 신가맹형태로 계약할 수 있다. 신가맹형태의 가장 큰 특징은 운영시간에서 점주의 선택을 높이고, 수익분담 비율을 65:35에서 최대 80:20으로 바꿔 가맹점주의 수익을 높인 점이다. 대신 전기료나 간편식품 폐기 지원 등을 없앴다. 장려금을 수익배분에 포함시켜 단순화한 것이다.
물론 80%까지 높아진 이익배분율을 적용받으려면 점주의 투자비용이 높아진다. 일종의 진입장벽을 높인 것이다. 또 영업시간 역시 18시간과 24시간 중 선택하도록 했지만 24시간 영업에 이익배분율을 더 높게 책정하는 등 차별을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가맹점주와 맺은 계약 내용보다는 진일보한 가맹계약이라는 평이다.
CU편의점 관계자는 "계약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뀐 것으로 기존 계약처럼 다양한 지원금은 점주들에게 돌아가지 않지만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구가맹형태보다 점주가 많은 이익을 가져가게 된다"며 "달라진 가맹계약의 가장 큰 취지는 회사가 제시한 조건 하에서 일방적으로 계약하는 것이 아닌 점주의 선택의 폭을 넓힌 점"이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